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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여행

프랑스 기차역 ‘제로 웨이스트 존’ 체험기 – 이동 중에도 가능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by greenorsink 2025. 7. 13.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실천할 때 가장 놓치기 쉬운 순간이 있다.
바로 공항, 기차역, 터미널처럼 이동 중에 머무르는 짧은 시간이다.
많은 실천자들이 숙소나 시장에서는 행동 루틴을 유지하다가도
이동 중에는 텀블러를 꺼내지 못하거나,
포장 음식을 받게 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러나 프랑스 파리의 몽파르나스 기차역에서 직접 경험한 ‘제로 웨이스트 존’ 시스템은
그 짧은 이동 시간마저 실천이 가능한 구조로 바꿔주는 환경이었다.
이 글은 그 현장을 중심으로,
이동 중 실천 가능성을 열어주는 공공교통 기반 루틴 설계 사례를 소개한다.

 

1. 제로 웨이스트 여행, 역에서 시작되는 이유

대부분의 제로 웨이스트 여행 콘텐츠는 숙소, 시장, 식당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여행의 동선에서 놓치기 쉬운 곳이 있다.
바로 기차역, 공항, 터미널 같은 ‘이동의 중간지점’이다.
실천이 가장 무너지는 지점도 사실 이곳이다.

프랑스는 이 지점을 간파하고,
국영 철도(SNCF)와 도시별 교통청이 협업하여
‘기차역 제로 웨이스트 존’을 일부 역에 구축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파리 몽파르나스(Montparnasse)역이다.

이 역에는 이동 전후로 실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시설이 구축돼 있다.

  • 리필 스테이션: 텀블러 물보충, 유리병 세척 가능
  • 플로깅 스테이션: 다회용 집게와 봉투 비치
  • 리턴 존: 다회용 컵·도시락통 반납함
  • 무포장 테이크아웃 매점: 리유저블 용기 선택 시 할인

이 시설은 실천자가 기차 타기 전, 또는 도착 후 바로 실천 루틴을 이어갈 수 있게 돕는다.
즉, 제로 웨이스트 여행이 단절되지 않고
이동 과정에서도 ‘유지 가능한 행동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게 만든 것이다.

2. 이동 중에도 실천 가능한 구조 –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를 위한 실제 동선

직접 체험한 파리 몽파르나스역의 실천 동선은 매우 직관적이었다.
기차 탑승 30분 전 도착해,
내가 한 일은 아래와 같다.

  • 로비 입구에 설치된 Refill Zone에서 텀블러에 물 보충
  • 고체 치약 정제 3알과 리필 치약을 자동 자판기에서 구매
  • 역 내 테이크아웃 매점에서 내 도시락통을 제시하고 샌드위치 주문
  • 탑승 게이트 앞 ‘Eco Box’에 전날 사용한 컵을 반납

놀라웠던 건,
이 모든 과정이 전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모두가 실천 루틴에 익숙한 분위기였다.
줄을 서서 물을 리필하고,
자신의 용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자연스러웠다.

기차를 타기 직전,
가방에 생분해 봉투가 있는지 확인하고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루틴을 점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역이 실천을 ‘가능하게 만든 구조’를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느낀 건 단 하나다.
실천은 공간이 허용할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즉, 여행자가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공간이 그 실천을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야 한다.

3. 기차역이라는 공간의 전환 – 제로 웨이스트 여행 루틴의 허브로

그동안 제로 웨이스트 실천자들에게
기차역, 공항, 버스터미널은
‘회피하거나 빠르게 지나쳐야 할 공간’이었다.
일회용 컵, 포장 간식, 비닐봉투가 범람하고,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리 몽파르나스역과 같이
기차역이 의도적으로 실천 동선에 개입하고,
공간 자체를 실천 루틴의 일부로 구성하는 경우,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는 단절 없이 실천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지점은 다음과 같다.

  • 청결한 세척 공간 제공 → 도시락통, 컵, 손수건 세척 후 말릴 수 있음
  • 반납 중심 구조 설계 → 용기를 구매한 장소와 무관하게 ‘역에서 반납 가능’
  • 디지털 실천 기록 시스템 → 리턴 인증 시 ‘지속 가능성 포인트’ 적립 가능 (SNCF 앱 연동)

이러한 시스템은 실천을 ‘부담’이 아니라
여행 중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루틴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기차역이 단순한 이동 수단의 경유지가 아니라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가 실천을 유지하고 점검하는 허브가 된 것이다.

프랑스 기차역에서의 체험을 통한 이동중에 가능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형태

4. 한국 여행자에게 주는 의미 – 제로 웨이스트 여행, 동선과 연결되어야 지속된다

한국의 교통 허브에서도
텀블러 리필존이나 일회용 거절 환경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대부분 소비 중심 구조로 머물러 있다.
리유저블 용기 반납 시스템도 거의 없고,
실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반면 프랑스의 기차역에서는
공공 시스템과 실천 행동이 맞물려 자연스럽게 흐르는 구조가 존재한다.

이 점에서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는
단순히 ‘좋은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이 실천 루틴을 끊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이 경험은
한국의 대중교통 기반 실천 구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 KTX 역에서 도시락통을 꺼낼 수 있는 구조인가?
  •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개인 용기 사용을 받아주는가?
  • 기차 탑승 전 생분해 봉투를 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시작으로,
국내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도
동선을 따라 실천을 유지할 수 있는 루틴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

실천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 목적지로 가는 여정 속에서도 이어져야 한다.
프랑스의 기차역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5. 마무리

프랑스 기차역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시설 체험을 넘어,
‘여행자의 행동을 바꾸는 환경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실질적인 답을 보여주었다.
개인이 실천하려 애쓰기보다는,
공간이 먼저 실천을 가능하게 해줄 때
루틴은 부담이 아닌 습관으로 자리잡는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제로 웨이스트 여행은 소수의 선택이 아니라
누구나 가능한 일상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실천은 결심보다 구조에서 출발하며,
그 구조가 만들어질 때
여행은 더 이상 소비가 아니라 실천의 반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