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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여행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의 도시, 포르투갈 리스본 – 플라스틱 프리 레스토랑 제도 체험기

by greenorsink 2025. 7. 14.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마주치는 장벽은 외식이다.
음식을 사 먹는 순간 종이컵, 플라스틱 포장, 일회용 수저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도시락통을 꺼내려 해도 눈치가 보이기 일쑤다.
그런데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매장에서 먼저 물어본다.
“그릇을 가져오셨나요, 아니면 대여하시겠어요?”
제로 웨이스트 실천이 별난 행동이 아니라
도시가 먼저 준비한 소비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 글은 플라스틱 프리 레스토랑 제도와 그릇 반납 시스템을 중심으로,
리스본에서의 실천이 어떻게 루틴이 되는지를 기록한 체험기다.

1.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환영하는 도시, 포르투갈 리스본

제로 웨이스트 여행은 단순히 개인의 실천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누구나 텀블러를 챙기고 도시락통을 들고 다닐 수는 있지만,
그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결국 일회용 포장과 비닐봉투를 마주하게 된다.

포르투갈 리스본은 이런 문제에 도시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대응해왔다.
“플라스틱 프리 레스토랑 인증제”와 “그릇 반납 시스템”은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가 실천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되었다.

이 제도는 단순히 비닐이나 빨대를 쓰지 않는 수준이 아니다.

  • 테이크아웃 시 고객이 직접 다회용기를 가져오거나,
  • 매장에서 제공하는 리유저블 그릇 대여 후 반납을 기본값으로 한다.
  • 일회용 포장을 요청할 경우에는 별도 유료 옵션이 붙는다.

이로 인해, 도시 전체가 실천을 허용하는 환경으로 작동한다.
여행자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자신의 용기를 꺼내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한 그릇을 다음날 다른 제휴 레스토랑에 반납해도 되는
‘공유 반납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다.

이러한 도시 구조는
실천자의 태도를 바꾸지 않고도 실천 자체가 자동으로 이루어지게 만드는 구조적 설계를 보여준다.

2.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 입장에서 본 ‘그릇 반납 시스템’의 실제 동작 방식

리스본 중심가의 바이후 알투(Bairro Alto) 지역에서
나는 처음으로 이 시스템을 경험했다.
한 비건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포장하려고 할 때,
직원이 먼저 이렇게 물었다.
“리유저블 그릇을 가져오셨나요, 아니면 매장 그릇을 대여하시겠어요?”

내가 도시락통을 꺼내자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음식을 담아주었고,
손수건을 펼치자 종이 냅킨 제공을 생략했다.

하지만 다음 날, 또 다른 레스토랑에서는
내가 아무 말 없이 주문했을 때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이 매장은 플라스틱 프리 인증 매장입니다.
일회용 포장은 유료입니다. 다회용 그릇을 원하시면 여권만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 후 그는 다회용기 한 세트를 꺼내 주며,
"48시간 내에 아무 제휴 매장이나 반납하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 그릇은 대나무 섬유로 만들어져 있었고,
깨끗이 세척되어 준비되어 있었다.

리스본 시청은 이 시스템을 2023년부터 공식 행정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며,
가맹점 수는 200개 이상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 신청 절차가 간단하고
  • 반납 장소에 제한이 없으며
  • 여행 중 반복되는 외식 소비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실천 루틴을 유지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된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에게 이 시스템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서,
‘여행 중 실천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지하는 도시의 제도적 장치’가 된다.

 

3. 도시의 식문화와 실천이 연결될 때 제로 웨이스트 여행이 쉬워진다

리스본의 다수 플라스틱 프리 매장은
공통적으로 다음 세 가지 원칙을 지킨다.
① 일회용 기본제공 금지,
② 다회용 반납구 구축,
③ 고객 실천 존중.

이런 원칙은 단지 정책이 아니라
매장 직원 교육과 고객 경험 설계에 반영되어 있어,
실천을 시도하는 여행자가 낯설어하지 않게 만든다.

리스본 여행 중 만난 현지인 중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를 몰랐던 사람도
텀블러와 손수건, 도시락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선 그냥 그렇게 하는 거예요. 모두가.”

이 감각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이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도시가 구조를 먼저 제시하고,
그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을 이어가게 만드는 것.

이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가 매번
설명하거나 양해를 구해야 하는 국내 구조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시스템이다.

식문화 자체가

  •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을 ‘정상적인 소비’로 받아들이고
  • 고객에게 실천 선택지를 제공하며
  • 여행자에게도 구조적 실천의 경험을 안겨주는 구조

이런 도시에서의 여행은
더 이상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전투가 아니라
내가 원래 하던 실천을 낯선 도시에서 편안하게 이어가는 감각이 된다.

4.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를 원한다

국내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들이 가장 자주 겪는 스트레스 중 하나는
“도시락통 꺼낼 때마다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다.
매장에 따라 ‘위생 문제’를 언급하며 거절당하거나,
직원에게 설명을 장황하게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포르투갈 리스본의 실천 시스템은
아예 “설명할 필요가 없는 구조”였다.
그릇을 꺼내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고,
매장도 이에 맞춰 대응했다.

이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의 피로를 줄이고,
실천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 나아가,
이 시스템은 실천이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
‘도시와 일상의 언어로 바뀌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여행 중 실천을 반복하고,
그 행동이 존중받고,
또 다른 도시에서도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면
실천은 루틴이 된다.

포르투갈은 그 전환의 가능성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여행지를 고를 때
‘음식이 맛있는 도시’만이 아니라
‘실천이 편한 도시’를 기준으로 삼는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거 체험한 포르투갈 리스본의 레스토랑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