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재사용 포장제, 여행자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실천할 때, 가장 어렵고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문제는 바로 포장 용기다.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실 때,
패스트푸드를 사 먹을 때,
길거리에서 간식을 고를 때마다
언제나 일회용 컵이나 플라스틱 포장이 따라온다.
이 순간을 회피하거나 피하려 해도, 여행 중에는 쉽지 않다.
그런데 유럽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Tallinn)에서는
이 불편한 문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고 있었다.
바로 공유형 재사용 포장제 시스템, 이름하여 BringBack 프로그램이다.
이 시스템은 여행자나 시민 모두가 텀블러나 식사 용기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도시 전체에서 자연스럽게 다회용기를 빌려 쓰고 반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다.
이 글에서는 탈린의 BringBack 사례를 중심으로,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에게 어떤 가능성과 구조를 제공하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2. BringBack의 작동 방식 – 누구나 빌리고, 어디서나 반납하는 구조
BringBack은 에스토니아 전역의 카페와 레스토랑, 공공기관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 재사용 용기 순환 플랫폼이다.
시민은 물론 여행자도 별도 가입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이 시스템을 도입한 매장에서는 일회용 대신 BringBack 용기에 담아주는 것이 기본 옵션이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대여와 반납의 자유로움이다.
예를 들어, 탈린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BringBack 컵에 아메리카노를 받아 나왔을 경우,
그 컵은 다른 제휴 카페나 음식점, 혹은 반납 전용 박스에 넣어도 회수 처리가 된다.
심지어 공공 도서관, 지하철역, 시청 등 도시 전역 곳곳에 설치된 무인 반납함에
컵이나 용기를 넣기만 해도 자동으로 시스템에 반납 완료로 처리된다.
BringBack 컵은 QR코드가 부착된 구조로,
필요한 경우 앱을 통해 내 이용 기록을 확인하거나
보증금을 환불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자에게는 앱 설치가 필수는 아니다.
오프라인 반납만으로도 순환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처럼 BringBack은 단순히 ‘재사용 용기를 빌려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제로 웨이스트 루틴 공간으로 바꿔주는 설계다.
여행자 역시 이 시스템을 통해
일회용 없이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해결하며,
실천을 특별한 의식이 아닌 도시와 함께하는 기본 행동으로 체험할 수 있다.
3. 여행자 입장에서 경험한 BringBack의 장점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실천하려는 입장에서
BringBack은 단순히 “편리하다”는 느낌을 넘어
실천이 가능해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장점은 용기를 직접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물론 개인 텀블러를 쓰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이지만,
여행 중에는 깜빡 잊거나, 세척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하지만 BringBack 시스템에서는
매장에서 자동으로 다회용 컵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나의 준비 부족이 실천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는다.
두 번째는 용기 반납이 아주 쉽다는 점이다.
커피를 마시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다가,
무인 회수함에 컵을 넣기만 하면 된다.
어디서 빌렸든 상관없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순환 공간처럼 작동하기 때문에
내가 사용한 용기가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로 이어진다.
세 번째는 비용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BringBack 제휴 매장에서는
소액의 보증금을 받고 컵을 제공하지만,
반납하면 자동 환불되며,
일부 매장은 보증금 없이 무료로 빌릴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즉, 개인 텀블러를 구매하지 않아도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누구나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탈린에서는
커피 한 잔을 사는 행위조차
일회용 없는 실천의 루틴으로 바뀌고 있었다.
여행자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4. 도시가 만든 실천 구조, 여행자가 이어가는 루틴
BringBack 프로그램은
단지 환경을 위한 프로젝트에 머물지 않는다.
이 시스템은 도시가 실천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능하며,
그 구조 안에서 여행자는 무리하지 않고도 행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는 여행 중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하려면
텀블러, 도시락통, 장바구니 등을 따로 챙겨야 하고,
사용 후 세척할 장소를 찾기도 쉽지 않다.
결국 번거로움과 불편 때문에
실천이 중단되거나, 일회용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탈린에서는 BringBack을 통해
이런 루틴의 단절을 예방할 수 있었다.
실천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구조가 없었을 뿐임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도시가 용기를 준비하고, 반납 구조를 마련하고,
실천을 당연한 일처럼 설계해줄 때,
여행자는 자극 없이도 지속 가능한 행동을 이어가게 된다.
BringBack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한 도시 기반의 루틴 설계 시스템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제로 웨이스트 여행은 더 이상 의지가 아닌 일상적인 습관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BringBack은 여행자에게 “환경을 위한 실천은 어렵지 않다”는 메시지를 준다.
도시 전체가 함께 설계한 시스템 덕분에
여행자는 복잡한 고민 없이, 일상적으로 재사용 용기를 빌리고 반납하며
자연스럽게 실천을 이어갈 수 있다.
이는 단지 한 도시의 성공 사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실천이 부담이 아닌 문화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 많은 도시가 이 같은 순환 시스템을 도입하고,
여행자 역시 이를 당연한 문화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제로 웨이스트 여행은 특정한 실천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의 기본 구조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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