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여행

제로 웨이스트 국내 여행을 위한 1회용품 없이 식사 해결하는 7가지 방법

greenorsink 2025. 7. 2. 20:16

여행을 하며 우리는 매 끼니를 ‘소비’처럼 해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고르며, 배달 앱을 켜거나 식당에서 포장을 요청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너무도 익숙하고 편리해서, 그 안에서 쏟아지는 일회용품의 무게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여행자에게 ‘식사’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은 ‘먹는 행위’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먹느냐는 단순한 선택이 아닌 환경에 대한 태도를 담고 있다. 나는 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국내 여행 중 일회용품 없이 식사를 해결하는 7가지 구체적 방법을 체험하며 실천했다. 여행이라는 일상의 틀을 벗어난 환경에서, 불편함과 시행착오 속에서도 나의 선택은 조금씩 무언가를 바꿔가고 있었다.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남기는 쓰레기

여행에서 카페는 하나의 코스처럼 따라붙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종이컵, 플라스틱 뚜껑, 일회용 빨대가 기본이다. 처음엔 단순히 텀블러를 챙기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천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한 번은 경주 여행 중 어느 개인 카페에 들어가 “텀블러에 담아주세요”라고 했더니, “우린 그냥 머그잔도 없어요, 테이크아웃만 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황스러웠지만, 그 상황을 피하지 않고 “그럼 이건 그냥 빈 텀블러로 들고 나가고, 컵은 재활용해볼게요”라고 말하며 최소한의 쓰레기를 각오했다.
다음날엔 반대 상황도 있었다. 대구의 한 카페에선 내가 텀블러를 꺼내자 “여기 텀블러 할인도 있어요, 포인트 적립도 됩니다”라며 오히려 반가워했다. 이렇듯 카페에서는 일회용 사용을 피하려면, 매장 선택과 나의 요청이 중요했다. 머그잔 이용이 가능한 곳인지, 직원에게 미리 말하는 용기, 실패했을 때의 대처까지 모두 포함해 카페 한 잔의 선택은 내 실천의 진정성을 시험하는 순간이었다.

제로 웨이스트 국내 여행 실천을 위한 1회용품 없이 식사 해결하기

포장 음식은 가능한가?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위한 ‘용기 내기’의 현실

국내 여행지에서 간단하게 한 끼 해결하려 할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방법은 분식집, 도시락 가게, 편의점 포장이다. 하지만 바로 이때,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 비닐봉지 + 수저 세트가 기본 제공된다. 처음에 나는 다회용 용기를 들고 다니며 ‘용기 내기’를 시도했다.
서울 종로의 어느 김밥집에서는 내 유리 용기를 보자 직원이 “오~ 이거 오랜만에 보네요, 괜찮아요 여기 담아드릴게요”라며 반가워했다. 반면, 다른 곳에서는 “이건 식품 위생법 때문에 안 돼요”라고 딱 잘라 거절하기도 했다. 그때 느낀 건, 내 용기가 받아들여질지 아닐지는 100% 내 의지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경험을 통해, ‘포장이 어렵다면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이 더 낫다’는 전략을 세웠다. 매장에서 먹을 수 있다면, 일회용 포장이 제공되지 않는다. 식당에서는 “수저 있어요, 물컵도 안 써도 돼요”라고 말하며 미리 다회용품을 꺼냈고, 매번은 아니지만 절반 이상의 경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포장음식은 실천 난이도가 높다. 그러나 매장에서 먹기 / 용기를 미리 보여주기 / 위생법 이유로 거절당할 경우 이해하고 대처하기, 이 세 가지를 균형 있게 조절하면 포장도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일부로 흡수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국내 여행 중 실천한 식사 중심 제로 웨이스트 행동은 이렇다.

 

① 다회용 수저와 텀블러 지참,
② 외식 시 일회용 수저·물컵 거절,
③ 음식 포장 시 개인 용기 사용 시도,
④ 시장·로컬 상점 이용으로 포장 최소화,
⑤ 껍질째 먹는 과일·간식류 준비,
⑥ 쓰레기 되가져오기용 가방 준비,
⑦ 식사 후 일회용 포장 정리 후 분리수거 또는 반입.

 

이 일곱 가지는 매 순간 완벽하진 않았지만, 작은 선택이 쌓일수록 쓰레기가 줄고 실천이 습관화되는 효과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마트·기차역·편의점에서의 소비를 줄이기 위한 ‘식재료형 간식’ 전략

여행 중 기차역이나 휴게소, 마트에서 간단한 간식을 사려다 보면 포장 쓰레기의 폭탄을 맞게 된다. 내가 가장 절망했던 순간은 강릉역에서 삼각김밥 하나, 캔커피 하나, 과자 한 봉지를 사고 손에 든 비닐 쓰레기가 6개였던 때였다.
이후 나는 대안을 고민했고, ‘식재료형 간식 전략’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바나나, 사과, 귤), 떡 종류(포장 없이 파는 전통시장 떡), 구운 달걀, 건과류를 여행 전 미리 준비해 소형 주머니에 담았다. 또는 시장에서 군고구마나 삶은 감자처럼 종이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았다.
이런 간식은 마트의 가공식품보다 더 건강하고 쓰레기가 거의 남지 않는다. 휴게소에선 늘 텀블러를 들고 다녀서, 커피나 음료도 다회용 컵에 받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간식도 '가볍고 쓰레기 없는 소비'가 가능하다. 단, 미리 준비하고, 현장에서의 유혹을 견디며, ‘쓰레기 없이도 즐겁다’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소비 습관의 리셋’이라 부른다.

 

여행자의 식사도 제로웨이스트 여행의 실천이 된다 – 내가 남긴 건 음식이 아닌 행동이었다

여행 중 식사는 단순한 에너지 보충을 넘어서, 나의 철학과 태도를 드러내는 장면이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낯설었고, 때로는 외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 끼니마다 준비한 수저를 꺼내고, 용기를 내밀고, 가방에 천 수건을 넣는 행동 하나하나가, 나만의 실천으로 쌓여갔다.
어느 순간 나는 일회용을 줄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나의 소비를 재설계하고 있었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어떻게 먹을 것인가였다. 실천은 완벽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내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했다.
지금도 여행을 떠날 때마다 나는 같은 질문을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나의 식사로 지구를 조금 더 아낄 수 있을까?”
그 답은 매 끼니, 손에 쓰레기가 남지 않았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은 거창한 도전이 아니다. 그것은 여행 중 작은 선택을 반복하면서, 스스로의 일상을 바꾸는 조용한 혁명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혁명을 식탁 위에서, 텀블러 안에서, 도시락통 속에서 조용히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