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여행

국내여행을 위한 제로 웨이스트 파우치 구성편 – 세면도구, 위생용품 완전 가이드

greenorsink 2025. 7. 2. 23:23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바꿔야겠다고 느낀 건 세면 파우치였다.
일반적인 여행 파우치를 열어보면 늘 플라스틱이 가득하다. 샴푸, 린스, 바디워시, 폼클렌징, 칫솔, 치약, 면도기, 일회용 면봉, 생리대, 화장솜까지. 거의 모든 아이템이 1회 사용 후 폐기되는 제품이거나 플라스틱 포장을 동반한 물건들이다. 나는 이 점을 깨닫고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의 관점으로 **‘파우치 하나를 완전히 바꿔보자’**고 결심했다.
이 글에서는 여행자 입장에서 일회용 없는 파우치 구성을 위한 세면도구와 위생용품 선택 기준, 그리고 실제로 사용해 본 친환경 제품의 장단점, 관리 노하우를 낱낱이 정리해 보려 한다. 파우치 하나 바꾸는 일로 여행 중 버려지는 쓰레기를 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사실, 나는 그걸 경험으로 증명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위한 세면도구, 위생용품 파우치 구성방법

시작은 선택 기준부터 – 내 파우치가 바뀌는 순간

제로 웨이스트 파우치를 구성하기 전, 나는 내 기존 파우치를 책상 위에 꺼내놓고 하나씩 점검해보기로 했다. 10여 개의 아이템 중 재사용 가능한 건 2~3개뿐이었다. 나머지는 포장이 플라스틱이거나, 제품 자체가 일회용이었다. 이때부터 나만의 기준을 정하기 시작했다.
첫째, 포장 없는 제품 혹은 재사용 가능한 용기에 담긴 제품일 것.
둘째, 사용 후 분해/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일 것.
셋째, 고체나 분말 등 액체가 아니어서 기내 반입도 가능한 형태일 것.
넷째, 작지만 기능을 제대로 할 것.
이 4가지를 기준 삼아 제품을 골랐다.
결과적으로 내 파우치에는 액체 제품이 단 한 개도 없고, 플라스틱은 칫솔 손잡이 한 개뿐인 구성으로 재편되었다. 이 변화는 단지 쓰레기를 줄인 게 아니라, 짐의 부피와 무게, 공항 검색 스트레스, 화장실 내 정리 습관까지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제로 웨이스트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나는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소비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실전 구성 – 내가 직접 사용하는 제로웨이스트 여행 파우치 아이템 소개

내가 구성한 제로 웨이스트 파우치는 총 9개의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재사용 가능하거나 퇴비화 가능한 제품들이다. 아래에 실제로 사용 중인 구성품을 소개한다.

  1. 샴푸바 & 바디솝 겸용 비누
    → 액체가 아니라 고체 형태라서 기내 반입 가능, 용기 없음, 수명 길다. 단점은 건조 보관이 필요해서 통풍 잘되는 비누망이나 비누 케이스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2. 고체 치약 (치약정 or 치약바)
    → 알약처럼 씹고 물로 헹구는 타입. 처음엔 이물감이 있지만, 익숙해지면 치약 튜브 쓰레기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3. 대나무 칫솔
    → 손잡이는 퇴비화 가능. 칫솔모는 재활용 어려워 따로 분리해서 폐기해야 함. 대체재로는 PLA 칫솔모 사용 제품 추천.
  4. 스테인리스 면도기
    → 면도날만 교체하면 수년간 사용 가능. 초기엔 약간 무겁지만 일회용 면도기 사용을 완전히 끊을 수 있음.
  5. 면세안타월/천 손수건
    → 티슈나 화장솜 대신 사용. 2~3장 챙겨서 교체하면서 빨아 쓰면 위생적이고 쓰레기 없음.
  6. 생리컵/면 생리대/생리팬티 (여성용 위생용품)
    → 일회용 생리대 대체품. 장기 여행자일수록 생리컵의 장점이 큼. 단점은 세척과 건조가 필요하므로, 여행지 위생상태 고려 필요.
  7. 스틱형 천연 데오드란트
    → 일반 데오드란트는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 종이 패키지형 고체 제품을 선택하면 냄새도 잡고 쓰레기도 없음.
  8. 소형 미니 빗 (대나무 or 금속)
    → 플라스틱 빗 대체품. 작고 가벼우며 내구성 강함.
  9. 파우치 자체는 재활용 원단 or 천으로 제작된 제품 사용
    → 나일론 소재가 아니라 방수 천소재나 업사이클링 제품 추천.

이 구성은 내 여행의 스타일에 맞춰진 버전이며, 개인의 피부 타입이나 여행 기간에 따라 약간씩 조정하면 된다. 핵심은 기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쓰레기를 덜 남기는 선택이라는 점이다.

 

실사용 후기 – 장점과 단점, 현실적인 시행착오들

제로 웨이스트 파우치는 분명 장점이 많지만, 솔직히 처음부터 모든 게 매끄럽진 않았다.
예를 들어 샴푸바는 처음 사용했을 땐 머리가 뻣뻣해지고, 손에 감기는 느낌이 이상했다. 하지만 2~3회 사용 후에는 두피가 덜 간지럽고 유분 밸런스가 잡히는 것을 체감했다.
고체 치약은 여행 중 친구에게 “그게 치약이야?”라는 말을 들으며 약간 민망한 순간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걸 계기로 제로 웨이스트 실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계기가 됐다.
생리컵은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처음엔 외부에서 세척이 불편했다. 그러나 호텔이나 숙소에서 안전하게 관리하는 요령을 익히면서 장거리 여행에서도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이렇게 바뀐 파우치를 쓰면서 정리정돈이 훨씬 쉬워졌고, 일회용 쓰레기를 완전히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화장실에 일회용 포장지가 쌓이지 않고, 다 쓴 제품을 따로 버릴 필요도 없다는 건 감정적 피로까지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제로 웨이스트 파우치는 불편함이 아니라, 습관을 바꾸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오히려 더 편해지는 방식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나만의 파우치를 꾸리는 건 기후여행자의 선언이다

제로 웨이스트 파우치를 꾸리는 일은 단순히 짐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담는 결정이다.
여행 중 일회용 샴푸나 플라스틱 칫솔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멈추는 첫걸음이다. 더 이상 "편리하니까", "작은데 뭘"이라는 자기 합리화를 넘어서, 하나씩 바꾸겠다는 선언이자 연습이다.
나는 이 파우치를 통해 ‘내가 만든 쓰레기에 책임지는 여행자’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여행지의 화장실, 세면대, 파우치 안에서 일어난다.
지속 가능한 여행은 거창한 계획이 아닌, 내 손에 든 파우치부터 바꾸는 실천에서 시작된다. 오늘 당신의 파우치를 펼쳐보라. 바꿀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고, 어렵지 않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의 파우치도 누군가에게 “어? 이거 뭐예요?”라고 물음을 던지는 긍정적인 충격의 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