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여행

제로 웨이스트 여행과 공공도서관의 만남 – 덴마크 오르후스 사례를 중심으로

greenorsink 2025. 7. 21. 10:32

1. 서론 – 도서관은 이제 지식 공간만이 아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실천하면서 뜻밖의 장소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도서관’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단지 책을 빌리는 곳이지만,
덴마크의 도시 오르후스(Aarhus)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이곳의 대표적인 공공 도서관 Dokk1(독원)은
지역 시민은 물론 여행자에게도 ‘제로 웨이스트 루틴의 허브’ 역할을 한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친환경 카페,
재사용 가능한 물품 공유 공간,
일회용 없이 포장 교환이 가능한 리필존,
그리고 도시 기반 정보와 실천 안내문이 통합된 안내 키오스크까지.
도서관이 단순히 자료를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여행과 실천을 위한 도시형 거점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오르후스의 공공도서관이
어떻게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실천 공간으로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덴마크 오르후스 공공도서관에서 적용된 제로 웨이스트 여행

2. Dokk1 도서관 – 여행자를 위한 제로 웨이스트 실천 구조

오르후스 중심가에 위치한 Dokk1 도서관은 북유럽 최대의 시민 문화공간 중 하나다.
이곳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생활, 정보, 실천이 연결되는 멀티 플랫폼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그리고 이 공간이 바로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에게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첫째, 도서관 내에는 리유저블 물품 공유존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지역 시민이 가져다 둔 재사용 컵, 식기, 장바구니 등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반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여행자도 여기에 참여할 수 있으며,
포장을 피하고 싶을 때 즉석에서 용기를 빌릴 수 있어
별도의 준비 없이도 실천을 이어갈 수 있다.

둘째, 도서관 카페는 Bring-Your-Own 정책을 적극 권장한다.
텀블러나 도시락통을 가져오면 소정의 할인 혜택이 주어지며,
일회용품은 요청하지 않는 한 제공되지 않는다.
심지어 카페 측에서는 리유저블 컵을 별도로 구비해
‘일회용 없는 음료 제공’을 기본으로 운영하고 있다.

셋째, 도서관 안내데스크에는 여행자와 환경 실천자를 위한 키오스크 안내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에서는 오르후스 지역의

  • 리필 가능한 상점
  • 다회용기 사용 카페
  • 플로깅 참여 스팟
  • 무포장 식료품점
    같은 정보를 언어별(덴마크어·영어)로 제공하며,
    여행자가 도시 내 제로 웨이스트 루틴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3. 여행자 입장에서 만난 도서관의 의미

오르후스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장소 그 이상이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재사용 용기가 놓인 선반이었다.
“누구든 가져가서 사용 후, 다시 이곳에 두세요”라는 안내문은
무척 단순했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는 언제나 도시의 구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개인이 실천 의지가 있어도,
세척 공간이 없거나, 일회용 이외의 선택지가 없다면
행동은 쉽게 중단된다.
그런 면에서 Dokk1은 여행자에게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 도시에서는 당신의 실천이 환영받고 있다”고 말이다.

특히 유용했던 공간은 리필존과 정보 키오스크였다.
샴푸나 세제 같은 생필품이 떨어졌을 때,
어디서 리필이 가능한지 모르면 결국 일회용 제품을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Dokk1에서는 해당 장소까지의 도보 거리, 운영 시간,
사용 가능한 제품 종류까지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공공시설이 실천 정보를 통합해줄 때,
여행자는 부담 없이 루틴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얻게 된다.

4. 도서관이 여행자 실천을 연결하는 ‘도시의 허브’가 되는 이유

오르후스의 Dokk1 도서관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이곳이 단지 ‘친환경 인프라가 있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여행자에게 실질적인 실천 흐름을 제공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공시설이 지역 주민 중심으로 운영되는 데 비해,
이곳은 여행자 역시 실천 주체로 포함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리유저블 용기 공유존, 일회용 없는 카페, 키오스크를 통한 실천 정보 제공,
이 모든 요소는 여행자에게 ‘준비하지 않아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도서관이 제로 웨이스트 여행에서 중요한 이유는 접근성과 확장성이다.
도심 중심부에 위치한 도서관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실천 정보와 도구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공간적 여유도 갖고 있다.
특히 여행자에게는 전기 충전, 휴식, 식사, 정보 수집까지 가능한 이 공간이
일회용품 사용을 피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실천 거점이 된다.
여기에 실천용 리소스를 함께 제공하면, 도서관은 곧 ‘제로 웨이스트 허브’로 기능한다.

한국에서도 도서관은 충분히 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책을 빌리는 공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시 기반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면
여행자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행동을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이 열릴 것이다.

 

오르후스의 도서관 사례는 도시가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어떻게 일상에 통합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도서관이 지식의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과 여행자의 지속 가능한 행동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은 많은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별한 기술이나 거대한 예산 없이도,
공간의 성격과 구조만 바꾸면 누구나 실천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된다.
앞으로 더 많은 도시와 공공시설이 이러한 구조를 도입한다면,
제로 웨이스트 여행은 특별한 도전이 아닌 일상적 선택의 일부로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