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로웨이스트 여행

제로웨이스트 해외여행자를 위한 유럽 공유 다회용기 시스템 체험기

by greenorsink 2025. 8. 2.

1. 서론 – 용기를 챙기지 않아도 실천 가능한 유럽의 여행 문화

제로웨이스트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용기’다.
텀블러, 도시락통, 빨대, 커틀러리 세트까지 챙기다 보면 짐이 늘어나고,
공항 검색대에서 불편을 겪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마다 “현지에서 다회용기를 빌릴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이 생긴다.
실제로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는 이런 여행자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공유 다회용기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텀블러 대여를 넘어,
커피컵, 도시락 용기, 유리 물병, 보온 용기까지 공유하고 회수할 수 있는 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여행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별도의 앱이나 QR코드를 통해 참여가 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유럽 여행 중 체험한 세 가지 도시의 공유 다회용기 시스템을 중심으로,
여행자가 실제로 어떻게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2. 제로웨이스트 해외여행자에게 열린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REcup" 시스템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유럽에서도 ‘친환경 도시’로 불리는 대표적인 제로웨이스트 실천 도시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REcup이라는 공유 컵 시스템이었다.
여행자가 개인 텀블러를 소지하지 않아도, 커피를 테이크아웃할 때
재사용 가능한 컵을 1유로 보증금으로 대여할 수 있다.

컵에는 QR코드가 부착되어 있어,
사용 후 아무 제휴 매장에서 반납하면 자동으로 보증금이 환불된다.
놀라운 점은 이 REcup을 프라이부르크 내 거의 모든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기차역 플랫폼 내 자판기 카페도 REcup을 지원했다.
컵은 열탕 소독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고,
약 500회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도 갖췄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텀블러를 따로 챙기지 않아도 매일 새로운 컵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편리했다.
프라이부르크 시청은 이 시스템이 쓰레기를 최대 90%까지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로웨이스트 여행 실천이 이렇게 쉬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체감한 도시였다.

제로웨이스트 해외여행자를 위한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의 공유 다회용기 시스템 소개

3. 제로웨이스트 도시락도 공유된다 – 스위스 바젤의 “ReCircle”

스위스 바젤에서는 ReCircle이라는 다회용 도시락 용기 시스템을 체험했다.
ReCircle은 일회용 도시락 용기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스위스 전역 수천 개의 음식점이 이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다.

방문한 비건 샐러드 바에서는 점원이 “ReCircle 용기를 사용할 건가요?”라고 먼저 물었다.
플라스틱 도시락통을 사용하는 대신,
세라믹 느낌의 단단한 재사용 용기에 음식을 담아주었고,
보증금은 10프랑이었다. 이 용기는 바젤 시내 어디서든 반납이 가능했다.

놀라운 점은 이 시스템이 단순한 포장 대체를 넘어
지속 가능한 소비 습관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장에서는 ReCircle 사용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고,
SNS에 ‘제로웨이스트 식사’를 공유하면 다음 식사 때 추가 포인트를 주는 구조였다.
ReCircle 앱에는 주변 참여 매장 지도도 실시간으로 표시되어,
관광 중에도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자에게 바젤은
“가방 속 도시락통 없이도 실천할 수 있는 도시”로 기억되었다.

4. 다회용기의 순환 생태계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Cup for Cup”

암스테르담은 다회용기 시스템을 공공 캠페인과 연결해 도시 전체가 참여하도록 설계한 사례다.
2023년부터 암스테르담 시청은 “Cup for Cup” 캠페인을 통해
모든 공공 행사, 마켓, 푸드트럭에서 다회용 컵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필자가 참여한 노르트 암스테르담의 플리마켓에서는
생과일 주스, 맥주, 심지어 아이스크림도
다회용 컵과 그릇에 제공되었고, 회수함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 회수함은 자동으로 컵을 인식하고 세척장으로 연결되는 순환 시스템이다.

특히 암스테르담은 “관광객도 시민처럼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목표로
공공앱에서 다회용기 위치를 안내하고,
체류일 수에 따라 단기 패스를 발급해주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여행자가 실천의 주체가 아니라 도시 구조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도록 설계된 것이 인상 깊었다.
용기를 챙기지 않아도, 빌려 쓰고 반납하면 되는 이 단순한 시스템 덕분에
암스테르담에서는 단 하루도 일회용컵을 쓰지 않았다.

마무리 – 용기가 없다고 실천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들

제로웨이스트 해외여행은 더 이상 ‘짐을 많이 가져가야 가능한 여행’이 아니다.
이제는 여행자가 다회용기를 직접 준비하지 않아도,
현지 도시의 시스템 속에서 필요한 만큼 빌리고, 사용하고, 반납할 수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REcup, 스위스 바젤의 ReCircle,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Cup for Cup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누구나 가능한 구조로 만들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대여를 넘어,
도시 전체가 실천을 돕고, 여행자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여행자가 이 시스템에 참여하는 순간,
그는 도시의 환경 정책의 일부가 되고,
일회성 소비가 아닌 순환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

다회용기를 꼭 챙기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도시가 실천의 흐름을 열어두었는가,
그리고 여행자가 그 흐름 속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가졌는가다.

다음 해외여행에서 다회용기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걱정하지 말자.
이제는 공유 시스템이 그 빈자리를 채워주고,
여행의 모든 순간을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기회로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