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로웨이스트 여행

1박 2일 국내 제로 웨이스트 여행 실천기 – 준비물부터 쓰레기 되가져오기까지

by greenorsink 2025. 7. 2.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일상이 된 지금, 여행마저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가능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저 즐기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내가 지나가는 지역 사회와 자연에 부담을 남기지 않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 순간, ‘제로 웨이스트 여행’이라는 단어가 내 눈에 들어왔다. 단순히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걸 넘어, 내가 소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하고, 이후에도 책임지는 여행자가 되는 것. 그렇게 나는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지만, 국내에서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직접 실천해보기로 결심했다.
이 여행은 단순한 트렌드 체험이 아니라, 내가 소비자로서 그리고 지구의 일원으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해주었고, 작은 행동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지를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다.

 

국내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위한 준비

떠나기 전 준비 – 짐 싸기부터 리스트 만들기까지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여행이 시작되기 전부터 각별한 준비가 필요했다. 나는 여행 전날, 일반 여행 때처럼 “무엇을 입을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가방을 꾸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챙긴 것은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 그리고 뚜껑이 있는 다회용 밀폐 도시락 용기였다. 물과 음료는 텀블러에 담아 이동하면서 마시고, 음식은 가급적 외식 대신 내가 준비한 음식을 용기에 담아 다닐 계획이었다.
또한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등은 모두 고체 제품으로 교체했다. 샴푸바와 고체 치약, 그리고 면으로 된 수건과 다회용 면봉도 준비물에 포함됐다. 일회용 제품은 하나도 넣지 않았고, 가방은 작았지만 알차게 구성됐다. 옷은 기능성 티셔츠와 바람막이 한 벌, 여분 속옷 1벌, 양말 1켤레 정도로 줄였다.
또한, 나는 ‘쓰레기 되가져오기용 봉투’를 별도로 챙겼다. 일반 쓰레기 봉투가 아닌, 사용하지 않는 천 가방을 준비해서 내가 발생시킨 쓰레기 중 재활용 불가능한 것들을 되가져올 계획이었다.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를 하니, 이미 떠나기도 전에 내가 환경을 배려하는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행 중 실천 – 외식, 이동, 숙소에서의 선택들

여행 당일 아침, 나는 도시락으로 김밥과 삶은 계란, 과일을 준비해 다회용 용기에 담아갔다. 기차를 탈 예정이었기에 역 안의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불필요한 포장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도록 미리 챙긴 것들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기차 안에서는 종이컵 대신 텀블러로 커피를 받아서 마셨고, 간식도 집에서 준비한 과일칩으로 해결했다.
숙소는 소규모 지역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다. 이곳은 칫솔, 수건 등 기본적인 위생용품을 비치하지 않기에, 오히려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에게는 적합했다. 샤워 시에는 샴푸바를 사용해 플라스틱 용기의 흔적 없이 머리를 감고, 면 수건으로 자연 건조했다. 외식을 할 경우에도 ‘수저 있어요’라는 말을 먼저 꺼내 일회용 수저를 받지 않도록 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은 한 식당에서 내가 다회용 용기를 꺼내자, 직원이 처음엔 의아해했지만 이내 “멋지세요”라며 응원해준 일이다. 그 순간 내가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작은 변화를 제안하는 여행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이 절대 나 혼자만의 불편한 도전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돌아오는 날 – 쓰레기 정리와 나의 소비 복기

여행 마지막 날 아침, 나는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며 가방을 다시 정리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내가 이틀 동안 만든 쓰레기’였다. 천 가방 안에 들어 있던 건 종이 영수증 2장, 배달 앱을 설치하면서 받은 광고지 한 장, 낙엽과 먼지가 묻은 물티슈 한 장 정도였다. 그 외의 것들은 모두 재사용하거나 가져온 다회용기에 담겨 있었기 때문에, 버려야 할 쓰레기 자체가 매우 적었다.
여행 내내 컵, 수저, 용기, 봉투 하나까지 스스로 챙기며 불편한 순간도 있었지만, 막상 돌아와 보니 불편함보다 성취감이 훨씬 컸다. 과거엔 여행을 다녀오면 늘 짐과 함께 쓰레기봉투가 한 가득이었는데, 이번엔 비워진 텀블러와 깨끗한 도시락통만 남았다.
더불어, 이틀 동안 돈을 쓴 내역을 보니 무분별한 소비 대신 계획적인 소비와 준비가 훨씬 많았고, 불필요한 지출도 줄어들었다. 즉, 제로 웨이스트 여행은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내 지갑도 지키는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여행이 끝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새로운 여행 습관이 시작된 첫날이었다.

 

느낀 점 – 작은 실천이 만든 진짜 변화

이번 1박 2일 제로 웨이스트 여행은 나에게 단순한 경험을 넘어, 일상의 선택을 재설계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휴가’는 소비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행을 가면 늘 새로 사고, 먹고, 버리는 일이 반복된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덜 사는 여행, 덜 버리는 여행,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 실천은 어렵다. 불가피하게 일회용을 사용하게 될 때도 있고, 주변 시선이 불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의식적인 선택을 하려는 태도 그 자체였다.
이제 나는 다음 여행을 계획할 때도 똑같이 질문할 것이다. “이 물건은 꼭 필요할까?”, “이 선택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러한 질문이 습관이 되고, 실천이 반복된다면, 제로 웨이스트는 거창한 다짐이 아니라 내 삶에 녹아든 자연스러운 습관이 될 것이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 여정 속에서 내가 바꾼 건 짐의 무게가 아니라 삶의 방향이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내가 앞으로 걷게 될 모든 길 위에, 가볍고 의미 있는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