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시도할 때,
대부분의 준비는 공항이나 길거리, 식사 공간에서의 행동에 집중된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는 공간은 숙소 내부다.
샴푸, 바디워시, 비닐봉지, 포장된 물품, 쓰고 버리는 종이컵까지
하룻밤 묵는 동안 쌓이는 일회용 쓰레기는 꽤 많다.
숙소에서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더 쉽게 스며든다.
호텔에서 제공되는 어메니티를 무심코 열고,
호스텔에서 매일 새 수건을 꺼내 쓰고,
에어비앤비 냉장고에 든 일회용 물을 별 생각 없이 마신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야말로 가장 조용하게 실천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나만의 물건을 사용하는 시간, 쓰레기를 처리할 주체가 나인 공간,
무엇보다 외부 시선 없이 나 스스로의 선택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호텔·호스텔·에어비앤비라는 대표적인 해외 숙소 유형을 나눠
각 공간의 특성과 제약 조건을 고려한 쓰레기 줄이기 전략과 실천 포인트를 소개한다.
단순한 도구 추천이 아닌, 행동 중심 루틴 설계와 공간 활용법까지 포함한다.
1. 호텔 – 구조화된 서비스 속에서 ‘거절’과 ‘대체’가 핵심
호텔은 보통 여행자에게 가장 익숙한 숙소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일회용 어메니티와 포장 쓰레기가 기본값으로 제공되는 공간이다.
특징
- 욕실 어메니티(샴푸·린스·바디워시·면도기 등)가 자동 제공
- 생수, 커피, 티백, 종이컵 등 비치됨
- 청소/세탁 서비스가 기본값이며, ‘일일 교체’가 기본 프로세스
실천 전략
- 입실 즉시, 필요 없는 물품은 손대지 않고 구분
→ 샴푸나 비누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한쪽에 모아두면
청소 직원이 다음 손님에게 재사용 가능
→ “사용하지 않음” 메모를 남기면 더 효과적 - 청소 및 수건 교체 요청 최소화
→ 리셉션에 “Do not disturb” 요청하거나
‘수건 교체 원치 않음’ 표지를 문고리에 걸어두기 - 고체 세면도구, 개인 컵, 텀블러 지참
→ 어메니티와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대체 가능 - 냉장고/미니바 물품은 필요 없으면 손대지 않기
→ 일회용 간식이나 물은 그대로 두면 낭비를 줄일 수 있음
핵심 포인트
호텔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쓰레기가 발생하는 구조다.
그래서 핵심은 ‘받지 않기’와 ‘거절하기’다.
물리적인 도구보다도, 정중한 의사 표현이 더 큰 실천 효과를 만든다.
2. 호스텔 – 공유 공간 속 실천은 ‘나만의 루틴 유지’가 핵심
호스텔은 비교적 저렴하고 여행자 간의 교류가 활발한 공간이다.
공용 주방, 욕실, 세탁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만
위생에 대한 기준과 제공 물품이 다소 낮거나 제한적일 수 있다.
특징
- 수건, 세면도구 제공 안 하는 경우 많음
- 공용 세면대, 세탁실, 주방 등 다수 존재
- 냉장고 음식 보관 시 개인 구분 필수
- 식기·조리도구 공유, 세척용 스펀지 등은 낡은 경우 많음
실천 전략
- 고체 세면도구는 반드시 케이스와 비누망 포함하여 준비
→ 욕실이 공유이므로 위생 유지와 보관이 중요
→ 고체 제품은 이름 표시 or 별도 통 사용 - 소형 수세미·손수건은 개인 물품으로 활용
→ 공용 세척 도구 대신 개인용 사용 권장
→ 식기 세척 후 자연 건조용 손수건 사용 - 음식물 포장 최소화 + 냉장 보관 전 이름·날짜 표시
→ 봉지 대신 도시락통에 담아 공유 냉장고에 보관 - 다회용기 사용 후 즉시 세척·정리로 다른 여행자와 충돌 줄이기
핵심 포인트
호스텔에서는 “공유 공간 속 나의 루틴 유지”가 실천 핵심이다.
환경을 바꾸기보단, 나의 실천 기준을 분명히 지키는 태도가 중요하다.
3. 에어비앤비 – 자율 공간에서의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실천은 ‘내가 만든 구조’가 핵심
에어비앤비는 일반 가정집 형태의 숙소부터
독채, 복층 등 다양한 구조의 공간을 제공한다.
숙소마다 제공물품이 다르며,
쓰레기 분리수거 시스템도 지역별로 다르게 운영된다.
특징
- 대부분 주방이 있어 조리가 가능함
- 세제, 봉투, 세면도구 제공 여부는 숙소마다 다름
- 장기 투숙 시, 쓰레기 직접 배출해야 하는 경우 많음
실천 전략
- 입실 직후 쓰레기 배출 방식 확인
→ 분리수거 유무, 종량제 봉투 여부 숙지
→ 쓰레기통에 표시된 안내사항 읽기 - 남은 음식·자투리 재료는 포장 없이 간단히 정리
→ 일회용 비닐 대신 다회용기 사용 or 최소한 랩 줄이기
→ 남은 식재료를 다음 투숙객에게 공유할 수 있는지 확인 - 개인 세면도구, 세탁 도구 사용 권장
→ 숙소 제공 어메니티는 미사용 or 되가져오기 - 청소 후 쓰레기 되가져오기 전략
→ 생분해 봉투 준비 → 음식물, 화장지 등 분리 후 챙겨오기
핵심 포인트
에어비앤비는 가장 많은 자율성을 제공하지만, 그만큼 실천도 나에게 달려 있다.
숙소의 구조에 따라 내 실천 루틴을 유연하게 조정하되
‘최소 쓰레기 배출’을 기본 원칙으로 삼으면 실천이 흔들리지 않는다.
4. 숙소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공통 전략 – 미리 준비된 구조가 만든다
숙소의 형태가 무엇이든,
실천이 지속되려면 사전에 준비된 도구와 행동 루틴이 연결되어야 한다.
실천 지속을 위한 공통 전략
- 고체 세면도구 + 통기성 비누케이스
- 도시락통 + 수저세트 + 손수건
→ 포장 음식 재사용, 주방 식기 보완용 - 소형 수세미 + 생분해 쓰레기봉투 2~3장
→ 세척, 정리, 쓰레기 되가져오기 모두 커버 - 장바구니 or 다회용 백
→ 현지 마트·시장 활용, 청소 후 쓰레기 정리용 겸용
또한, 입실 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어떤 도구가 어디서 쓰일지’를 미리 정리하면
도구를 챙긴 것이 아니라, 실천 흐름 자체를 챙긴 셈이 된다.
마무리 – 잠들기 전 제로 웨이스트 여행 실천이 가장 쉽게 무너진다
낯선 나라의 거리에서는 실천을 의식적으로 이어가기 쉽다.
하지만 숙소에 돌아오면 긴장이 풀리고,
그만큼 쓰레기를 무심히 만들어내는 습관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오히려 숙소 안에서의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에서 실천을 지키는 법을 익히면
여행 전체의 실천 리듬이 무너지지 않는다.
호텔에서는 거절을,
호스텔에서는 루틴을,
에어비앤비에서는 자율 구조를 만들자.
그 공간에서 내가 만든 쓰레기가
나의 선택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안다면,
우리는 그 선택을 더 조심스럽게, 더 성실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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