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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여행

코펜하겐 파머스 마켓에서 일회용 없이 장보기 – 제로 웨이스트 여행 실전 후기

by greenorsink 2025. 7. 8.

해외 여행 중 가장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놀랍게도 정답은 “쇼핑할 때”다.
관광지 근처에서 간단히 구입하는 과일 하나, 간식 하나가
비닐봉지, 스티커, 플라스틱 용기, 종이 포장지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친환경 시장”이라고 불리는 파머스 마켓조차
실제로 가보면 일회용 포장을 사용하는 곳이 꽤 많다.

그런데 2025년, 나는 유럽 제로 웨이스트 도시 중 하나로 평가받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머스 마켓에서
도시락통과 장바구니만으로 진짜 일회용 없는 장보기 실천을 해봤다.

코펜하겐은 그린 에너지, 플라스틱 제한, 시민참여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는 도시다.
그만큼 시장도 제로 웨이스트 실천자에게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공간이었다.

이 글은 코펜하겐 대표 마켓 중 하나인 Torvehallerne(토르베할레른)에서
직접 장을 보며 경험한 제로 웨이스트 쇼핑 실전기다.
무엇을 준비했고, 어떤 반응이 있었고, 어떤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는지
현지의 공기까지 담아내듯 기록해보았다.

1. 덴마크에서 다회용기를 꺼낸다는 것 –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준비부터 마음가짐까지

코펜하겐은 ‘지속 가능한 도시’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여행자 입장에서 실천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현지 시장에서 다회용기를 꺼내는 순간,
그 도시는 실천자의 눈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준비한 구성

  • 소형 도시락통 2개 (스테인리스, 500ml + 750ml)
  • 재사용 가능한 그물망 파우치 3개 (과일·빵용)
  • 접이식 장바구니 (방수 기능 포함)
  • 텀블러 (테이크아웃용 음료 대비)
  • 생분해 쓰레기 봉투 1장 (혹시 모를 포장 대응용)

이 정도면 시장 전체를 한 바퀴 돌며 구매하는 데 전혀 불편이 없다.
오히려 나중엔 ‘이런 식으로 쇼핑하는 게 더 편하다’는 감각이 생겼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도구보다 ‘내가 이런 식으로 쇼핑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는 태도’였다.
주저하지 않고 용기를 내밀고,
안 되면 웃으며 다른 방법을 찾는 유연함이 핵심이었다.

2. 토르베할레른 파머스 마켓 – 제로 웨이스트 실천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장

코펜하겐에는 다양한 형태의 마켓이 있지만
Torvehallerne KBH는 도시 한가운데에 위치한
현대적 파머스 마켓이자 실내/야외 복합형 시장이다.

여기서의 쇼핑은 제로 웨이스트 실천자에게는 완전한 테스트 공간이었다.

내가 직접 구매해본 품목

품목다회용 사용 가능 여부상인 반응
베이커리 빵 2개 그물망 파우치 가능 “Great bag!” 칭찬
생과일 컷 1팩 도시락통으로 대체 OK! 흔쾌히 수락
말린 견과류 그물망 대신 용기 사용 “No problem!” 반응
주스 1잔 텀블러 사용 플라스틱 컵 대신 기꺼이 따라줌
 

상인들의 태도

  • 다회용기 요청 시 대부분 긍정적이고 익숙한 반응
  • 준비된 고객이라는 인식 → 오히려 존중하는 분위기
  • 영어로 “Can I use my container?” 한 마디면 OK

이곳은 일회용 포장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실천자의 요청에 매우 관대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3. 실천 중 마주친 실제 상황 –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실천의 예상 밖의 어려움과 그 대응법

완벽한 실천은 없다.
시장이라는 공간은 유동적이고, 상인마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몇 가지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있었다.

난관 1: 위생 걱정으로 용기 사용 거절

  • 한 육류 판매점에서 용기를 제시했더니 정중히 거절
  • 이유는 “위생 규정상 개봉한 용기에 담을 수 없다”

→ 대응법: "Can I use paper wrap instead?"
→ 종이포장 후, 그걸 내가 가진 용기에 옮겨담아 쓰레기 최소화

난관 2: 너무 바쁜 시간대에는 용기 사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짐

  • 주말 오전 11~12시 무렵
  • 대기줄 길고 상인이 바빠 요청 타이밍 놓침

→ 대응법: 눈치 보지 않고 용기 꺼내 미리 손에 쥐기
→ “Use this please” 짧게 말하면 대화 최소화

반전 경험: 옆 가게의 손님이 “나도 저렇게 해볼래”라고 말함

  • 내 앞에 있던 현지인 여성이 도시락통 사용하는 걸 보고
    “That’s a good idea. Where did you get that box?”
    → 실천이 주변에 작게 번져가는 감각

4. 이 시장에서 배운 것 – 쓰레기를 줄이는 건 나를 드러내는 일이다

파머스 마켓에서의 실천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의지보다
**‘내가 어떻게 소비하고 싶은지를 말하는 행위’**에 가깝다.

상대방에게 부탁해야 하고,
눈치를 봐야 하고,
때로는 거절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나의 기준을 세우게 됐고,
그 기준을 이해해주는 타인들과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졌다.

코펜하겐은 분명
그 기준을 실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시였다.
정책이든, 상인의 태도든,
실천자에게 유리한 구조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100% 플라스틱 없는 쇼핑은 어렵다.
하지만 8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으로 체감한 것은
그 어떤 여행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일이었다.

코펜하겐 파머스 마켓에서의 일회용 없이 장보기 제로 웨이스트 여행 체험

마무리 – 다음 여행에도 제로 웨이스트 여행 실천을 위한 도시락통은 함께 간다

여행은 흔적을 남긴다.
사진도, 발자국도, 소비도.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내가 남긴 가장 확실한 흔적은
남기지 않으려 한 흔적이었다.

그건 포장지 하나, 비닐봉투 하나를 거절한 기억이고
도시락통을 내밀며 미소 지은 순간이고
누군가 “Good idea”라고 말해준 작은 장면이다.

다음 여행에서도
내 가방에는 도시락통이 있을 것이다.
그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물건이 아니라,
내 여행의 방식과 태도를 담는 하나의 실천 루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