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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여행

함께 떠난 친구를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로 바꾸게 만든 설득법

by greenorsink 2025. 7. 5.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혼자 실천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도시락통을 꺼내는 것도,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도 익숙해지면 일상처럼 흘러간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 여행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그 상대가 환경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일회용품 사용에 별다른 거리낌이 없다면
내 실천이 상대에게 ‘지적’처럼 들리지 않게 하는 것부터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말을 아끼게 되고, 내 행동을 최대한 조용히 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제로 웨이스트라는 선택이 더 조심스럽고, 어쩌면 더 고립감 있게 느껴진다.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눈빛이나, “넌 환경운동가냐?”는 농담 섞인 말들이
때때로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내가 실천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것을 지켜보는 누군가는 반드시 영향을 받는다는 것.
이번 여행은 그 사실을 확인하게 해준 계기였다.
일회용품을 당연하게 쓰던 친구가 마지막 날 스스로 텀블러를 꺼냈고,
며칠 후에는 도시락통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그 변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내가 실천을 유지한 시간, 질문을 기다린 인내, 불편함을 나누는 감정,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작용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네 개의 단락으로 나눈 기록이다.
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서서히 움직였고,
그 안에서 나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지켜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친한 친구를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로 만드는 꿀팁

1. 설명보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에 대한 실천을 먼저 보여주기로 했다

강릉으로의 2박 3일 여행을 계획하며 나는 늘 하던 대로 짐을 꾸렸다.
고체 세면도구, 도시락통, 텀블러, 생분해 쓰레기 봉투, 손수건과 수세미까지.
하지만 함께 떠난 친구는 평소처럼 생수병, 포장 간식, 일회용 수저 세트를 넣었다.
나는 출발 전에 한 번, “이번엔 웬만하면 일회용 안 쓰려고 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친구는 “넌 진짜 그런 거 철저하다”라고 웃으며 넘겼고,
그 말투에는 약간의 거리감과 동시에 호기심도 섞여 있었다.

나는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말을 꺼내는 건 오히려 벽을 세운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전략을 택했다.

첫날 시장에서 나는 도시락통을 꺼내 유부초밥과 나물을 담았고,
친구는 종이 포장으로 같은 메뉴를 샀다.
숙소로 돌아와 나는 수저를 꺼내 정리하고,
손수건으로 도시락통을 닦은 뒤 조용히 가방에 넣었다.
친구는 아무 말 없었지만, 내가 정리하는 손길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날 저녁, 카페에서 텀블러로 500원 할인을 받자,
친구는 “요즘은 이런 거 하면 할인도 해줘?”라고 물었다.

그 한마디가 중요한 시작이었다.
질문은 곧 관심이라는 뜻이고, 관심은 변화의 문을 여는 열쇠다.
나는 “작은 습관인데, 의외로 유용해”라고 짧게 대답했다.
설명은 생략했고, 판단은 그의 몫으로 남겨뒀다.

2. 친구의 질문은 변화의 징조였다

다음 날 아침, 친구가 먼저 말했다.
“근데 도시락통은 좀 귀찮긴 하겠다. 매번 씻고 정리하려면.”
그 말은 솔직했다.
그리고 나는 그 솔직함이 무척 반가웠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 나의 실천을 피하거나 회피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말했다.
“맞아. 귀찮아. 근데 그날 하루 버려지는 포장 쓰레기 두세 개를 줄였다는 생각이 들면 괜찮아져.”
그 말에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도시락통을 바라봤다.

점심시간, 우리는 다시 시장에 갔고
그는 전처럼 종이포장으로 음식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포장지를 버릴 곳이 없었다.
우리는 쓰레기통을 찾아 시장 골목을 돌았고,
결국 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아, 그래서 네가 쓰레기봉투까지 들고 다니는 거구나.”

그 말은 의식의 변화였다.
말로 전달된 개념보다, 실제로 겪은 불편이 사람을 더 깊이 설득한다는 걸 그 순간 실감했다.
친구는 내가 왜 그런 준비를 했는지 ‘이해’한 것이 아니라 ‘체감’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 행동의 기반이 되었다.

3. 마지막 날, 그는 스스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셋째 날 아침, 친구는 가방에서 작은 텀블러를 꺼냈다.
“예전에 받은 건데 한 번 써보려고. 생각보다 괜찮더라.”
그 말에는 간단한 문장 이상의 변화가 담겨 있었다.
그건 동조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실천이었다.

카페에서는 그가 먼저 직원에게 말했다.
“이거 텀블러인데, 사용 가능한가요?”
직원은 자연스럽게 수락했고, 친구는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왔다.
자리로 돌아와 그는 말했다.
“컵보다 덜 뜨겁고, 마시기도 편하네.
그런데 네가 저번에 말한 그 브랜드 뭐였지? 뚜껑 세척 쉬워 보이던데.”

그날 점심, 그는 종이포장 대신 도시락통을 요청하진 않았지만
음식 포장과 껍질, 종이 등을 내가 챙긴 생분해 봉투에 직접 담았다.
“이건 네 가방에 같이 넣어도 되지?”라는 말과 함께.

나는 그 순간, 그가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말로 설명하지 않았고, 강요하지도 않았지만
관찰과 공감, 체험을 통해 그의 마음이 실천으로 옮겨간 것이다.
변화는 그토록 조용하게 찾아온다.

4. 설득은 관계 안에서 완성된다 - 소중한 사람을 제로웨이스트 여행에 초대하기

며칠 후, 친구는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너 그때 쓰던 텀블러 어디 브랜드야?
세척 쉬운 거면 나도 하나 장만하려고.”

그 메시지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건 확신이었고,
그가 제로 웨이스트를 자신의 일상으로 가져오겠다는 결정이었다.

다음 여행을 계획하며, 친구는 말했다.
“이번엔 도시락통도 한 번 써보려고.
오전에 밥 샀다가 해변에서 먹는 것도 괜찮겠더라고.”

나는 그 말이 너무 고마웠다.
그는 바뀐 것이 아니라,
내가 실천을 멈추지 않았기에
그 변화의 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설득은 상대를 이기거나,
상대를 ‘우리 편’으로 끌어오는 것이 아니다.
설득은 관계를 잃지 않으면서 내가 지키는 가치를 나누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말이 아니라, 태도와 행동, 감정의 리듬으로 전달된다.

누군가를 바꾸고 싶다면
그 사람 앞에서 조용히 도시락통을 꺼내면 된다.
아무 말 없이 텀블러를 내밀고,
쓰레기를 가방에 넣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그 조용한 행동이
누군가의 다음 실천이 된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그걸 분명히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