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준비하는 순간은 늘 기대와 불안이 공존했다.
계획한 대로 모든 일이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함,
혹시 부족한 게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은 늘 짐을 많게 만들었다.
속옷을 하루치 더 챙기고, 일회용 칫솔을 여러 개 넣고,
심지어는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간식까지 챙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거운 캐리어를 끌며 힘겹게 이동하던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정말 필요한 물건은 몇 개 되지 않는데,
그 수많은 짐 속에 대부분은 ‘혹시 몰라서’ 챙긴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물건은 대부분 여행지에서 쓰레기가 되었다.
그러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접했고,
이후 나의 짐 싸는 방식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짐은 더 작아졌고, 그 안의 물건들은 더 명확해졌다.
이제 나는 여행을 준비할 때 ‘혹시 몰라서’라는 이유로 짐을 넣지 않는다.
대신, ‘내가 반드시 쓰게 될 물건만’ 챙기며 여행을 시작한다.
이 글은 그런 변화의 과정을 담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실천하기 전과 후,
내 짐은 어떻게 달라졌고, 어떤 기준으로 구성하게 되었으며,
그 변화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다.
1. 제로 웨이스트 여행 전 – 불안과 과잉이 만든 무거운 가방
내가 처음 여행을 떠날 때 챙겼던 물건들의 목록을 지금 보면,
절반 이상은 한 번도 쓰지 않은 채 다시 돌아온 물건들이었다.
전형적인 ‘일반 여행자’ 시절의 짐 구성 (2박 3일 기준)
- 세면도구
일회용 칫솔·치약 세트, 여행용 샴푸·린스·바디워시, 일회용 면도기, 물티슈, 손세정제 - 의류
여벌 티셔츠 3벌, 바지 2벌, 속옷 4세트, 양말 4켤레, 슬리퍼, 운동화 - 식사/음료
생수병 2개, 일회용 수저 세트 2개, 종이컵 2개, 간식(포장된 과자, 컵라면 등) - 기타
화장품 파우치, 비닐봉투 5장, 응급약, 보조배터리, 노트, 펜
이 짐 구성의 문제는 ‘불필요함’ 그 자체보다,
예방과 대비라는 명목으로 과잉 포장된 불안함에 있었다.
그리고 여행지에 도착한 이후, 나는 늘 과한 짐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2. 제로 웨이스트를 인식한 첫 실천기 – 다회용품 중심의 가벼운 시도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이 너무 이상적이고,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개념이 주는 ‘간결함’이 궁금했다.
정말 가능할까? 텀블러 하나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그 호기심은 작고 조심스러운 실천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일회용 컵을 거절하는 것에서 시작했고,
곧이어 고체비누를 써보기 시작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 초기 실천 시기 짐 구성
- 세면도구
고체 비누 1개, 고체 치약 조각 5개, 대나무 칫솔, 수건 1장 - 식사도구
텀블러, 스테인리스 수저 세트, 천 손수건, 간단한 장바구니 - 의류
최소한의 여벌, 슬리퍼는 제외 - 기타
생분해 쓰레기 봉투 1장, 메모장, 보조배터리
이때부터 짐은 단순해졌고, ‘사용할 물건만 챙긴다’는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실제로 짐 무게는 30% 이상 줄었고, 여행이 끝난 후 쓰레기통에 버리는 물건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3. 실천이 일상이 된 이후 – 짐의 구성도 철학도 달라졌다
지금은 제로 웨이스트 여행이 더 이상 특별한 실천이 아니다.
가방을 쌀 때 어떤 물건을 챙겨야 할지, 무엇이 불필요한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물건의 무게보다, 목적과 역할로 결정된다.
현재 기준 – 1박 2일 제로 웨이스트 여행 짐 구성
세면 | 고체 비누 (세안+바디 겸용), 고체 샴푸바, 고체 치약 조각, 대나무 칫솔, 천 수건 | 액체 줄이기, 포장 없음 |
식사 | 도시락통, 텀블러, 스테인리스 수저, 천 냅킨, 접이식 장바구니 | 포장·일회용품 거절 대응 |
의류 | 상하의 1벌, 기능성 속옷·양말 1세트, 경량 자켓 | 경량·흡습성 고려 |
기타 | 생분해 쓰레기봉투, 천 수세미, 고체 주방세제 조각, 파우치, 보조배터리 | 다회용 & 최소 구성 |
이제는 짐을 싸는 시간도 짧고,
여행 도중 물건을 사거나 버릴 일이 거의 없다.
‘비워내는 짐’이 내 여행의 가장 든든한 기본이 되었다.
4. 짐 구성의 변화가 내 행동을 어떻게 바꿨는가
짐이 바뀌자 여행 중의 행동도 달라졌다.
도시락통을 꺼내는 데 주저함이 없어졌고,
텀블러를 내미는 타이밍도 자연스러워졌다.
수세미 하나를 가방에 넣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 작은 도구가 내가 만든 쓰레기의 양을 거의 0으로 줄여주었다.
행동 변화 핵심 요약
-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 외식보다 장보기와 조리가 익숙한 선택이 되었다.
- 숙소의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다.
- 짐을 꾸릴 때 소비보다 실천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었다.
5. 물건을 줄이면서 얻은 심리적·환경적 효과
1)심리적 편안함
짐이 간단하니 준비도, 정리도, 사용도 스트레스가 없다.
2)소비 습관 개선
한 번 쓰고 버릴 물건을 자연스럽게 거르게 되었다.
‘한 번 쓰고 끝날 것 같으면 아예 안 가져간다’는 기준이 생겼다.
3)환경적 효과 체감
평균 여행 1회당 쓰레기 710건 → 12건으로 줄어듦
도시락통 사용 시 하루 종이포장 절감량: 약 1~2개
텀블러 사용 시 컵·빨대 미사용: 약 2회 기준
마무리 – 짐이 달라지면 여행도, 내가 사는 방식도 달라진다
가벼운 짐은 단순한 편리함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그 안에는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무엇을 피하고 싶어 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은 완벽한 실천이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덜어내고, 선택하고, 바꾸는 과정은
짐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결국 삶의 방식까지 바꾼다.
여행을 떠날 때, 짐을 싸는 일은 단지 준비가 아니라
가치를 정리하는 행위다.
이제 나는 가방을 열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한다.
“이건 정말 필요한가?”
“이건 쓰레기가 될까?”
“이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일까?”
그리고 그 질문은 내 여행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당신도 다음 여행에서, 그 질문 하나로 시작해보길 바란다.
짐은 줄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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