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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여행

제로 웨이스트 여행 전과 후, 내 가방은 어떻게 달라졌나 – 물건을 줄이며 배운 것들

by greenorsink 2025. 7. 5.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은 늘 기대와 불안이 공존했다.
계획한 대로 모든 일이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함,
혹시 부족한 게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은 늘 짐을 많게 만들었다.
속옷을 하루치 더 챙기고, 일회용 칫솔을 여러 개 넣고,
심지어는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간식까지 챙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거운 캐리어를 끌며 힘겹게 이동하던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정말 필요한 물건은 몇 개 되지 않는데,
그 수많은 짐 속에 대부분은 ‘혹시 몰라서’ 챙긴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물건은 대부분 여행지에서 쓰레기가 되었다.

그러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접했고,
이후 나의 짐 싸는 방식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짐은 더 작아졌고, 그 안의 물건들은 더 명확해졌다.
이제 나는 여행을 준비할 때 ‘혹시 몰라서’라는 이유로 짐을 넣지 않는다.
대신, ‘내가 반드시 쓰게 될 물건만’ 챙기며 여행을 시작한다.

이 글은 그런 변화의 과정을 담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실천하기 전과 후,
내 짐은 어떻게 달라졌고, 어떤 기준으로 구성하게 되었으며,
그 변화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다.

1. 제로 웨이스트 여행 전 – 불안과 과잉이 만든 무거운 가방

내가 처음 여행을 떠날 때 챙겼던 물건들의 목록을 지금 보면,
절반 이상은 한 번도 쓰지 않은 채 다시 돌아온 물건들이었다.

전형적인 ‘일반 여행자’ 시절의 짐 구성 (2박 3일 기준)

  • 세면도구
    일회용 칫솔·치약 세트, 여행용 샴푸·린스·바디워시, 일회용 면도기, 물티슈, 손세정제
  • 의류
    여벌 티셔츠 3벌, 바지 2벌, 속옷 4세트, 양말 4켤레, 슬리퍼, 운동화
  • 식사/음료
    생수병 2개, 일회용 수저 세트 2개, 종이컵 2개, 간식(포장된 과자, 컵라면 등)
  • 기타
    화장품 파우치, 비닐봉투 5장, 응급약, 보조배터리, 노트, 펜

이 짐 구성의 문제는 ‘불필요함’ 그 자체보다,
예방과 대비라는 명목으로 과잉 포장된 불안함에 있었다.
그리고 여행지에 도착한 이후, 나는 늘 과한 짐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2. 제로 웨이스트를 인식한 첫 실천기 – 다회용품 중심의 가벼운 시도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이 너무 이상적이고,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개념이 주는 ‘간결함’이 궁금했다.
정말 가능할까? 텀블러 하나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그 호기심은 작고 조심스러운 실천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일회용 컵을 거절하는 것에서 시작했고,
곧이어 고체비누를 써보기 시작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 초기 실천 시기 짐 구성

  • 세면도구
    고체 비누 1개, 고체 치약 조각 5개, 대나무 칫솔, 수건 1장
  • 식사도구
    텀블러, 스테인리스 수저 세트, 천 손수건, 간단한 장바구니
  • 의류
    최소한의 여벌, 슬리퍼는 제외
  • 기타
    생분해 쓰레기 봉투 1장, 메모장, 보조배터리

이때부터 짐은 단순해졌고, ‘사용할 물건만 챙긴다’는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실제로 짐 무게는 30% 이상 줄었고, 여행이 끝난 후 쓰레기통에 버리는 물건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3. 실천이 일상이 된 이후 – 짐의 구성도 철학도 달라졌다

지금은 제로 웨이스트 여행이 더 이상 특별한 실천이 아니다.
가방을 쌀 때 어떤 물건을 챙겨야 할지, 무엇이 불필요한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물건의 무게보다, 목적과 역할로 결정된다.

현재 기준 – 1박 2일 제로 웨이스트 여행 짐 구성


세면 고체 비누 (세안+바디 겸용), 고체 샴푸바, 고체 치약 조각, 대나무 칫솔, 천 수건 액체 줄이기, 포장 없음
식사 도시락통, 텀블러, 스테인리스 수저, 천 냅킨, 접이식 장바구니 포장·일회용품 거절 대응
의류 상하의 1벌, 기능성 속옷·양말 1세트, 경량 자켓 경량·흡습성 고려
기타 생분해 쓰레기봉투, 천 수세미, 고체 주방세제 조각, 파우치, 보조배터리 다회용 & 최소 구성
 

이제는 짐을 싸는 시간도 짧고,
여행 도중 물건을 사거나 버릴 일이 거의 없다.
‘비워내는 짐’이 내 여행의 가장 든든한 기본이 되었다.

4. 짐 구성의 변화가 내 행동을 어떻게 바꿨는가

짐이 바뀌자 여행 중의 행동도 달라졌다.
도시락통을 꺼내는 데 주저함이 없어졌고,
텀블러를 내미는 타이밍도 자연스러워졌다.
수세미 하나를 가방에 넣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 작은 도구가 내가 만든 쓰레기의 양을 거의 0으로 줄여주었다.

행동 변화 핵심 요약

  •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 외식보다 장보기와 조리가 익숙한 선택이 되었다.
  • 숙소의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다.
  • 짐을 꾸릴 때 소비보다 실천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 전후의 가방 꾸리기를 통해 내가 배운것들

5. 물건을 줄이면서 얻은 심리적·환경적 효과

1)심리적 편안함

짐이 간단하니 준비도, 정리도, 사용도 스트레스가 없다.

2)소비 습관 개선

한 번 쓰고 버릴 물건을 자연스럽게 거르게 되었다.
‘한 번 쓰고 끝날 것 같으면 아예 안 가져간다’는 기준이 생겼다.

3)환경적 효과 체감

평균 여행 1회당 쓰레기 710건 → 12건으로 줄어듦
도시락통 사용 시 하루 종이포장 절감량: 약 1~2개
텀블러 사용 시 컵·빨대 미사용: 약 2회 기준

마무리 – 짐이 달라지면 여행도, 내가 사는 방식도 달라진다

가벼운 짐은 단순한 편리함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그 안에는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무엇을 피하고 싶어 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은 완벽한 실천이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덜어내고, 선택하고, 바꾸는 과정은
짐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결국 삶의 방식까지 바꾼다.

여행을 떠날 때, 짐을 싸는 일은 단지 준비가 아니라
가치를 정리하는 행위다.
이제 나는 가방을 열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한다.

“이건 정말 필요한가?”
“이건 쓰레기가 될까?”
“이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일까?”

그리고 그 질문은 내 여행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당신도 다음 여행에서, 그 질문 하나로 시작해보길 바란다.
짐은 줄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