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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여행

기내 서비스, 얼마나 친환경적일까? – 쓰레기 발생 비교와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의 실전 평가

by greenorsink 2025. 7. 9.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계획할 때
많은 실천자들이 간과하는 구간이 있다.
바로 비행기 안, 기내 서비스다.

출발 전 검색대로부터 시작해 탑승까지,
우리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고체 치약을 준비하고
텀블러와 도시락통까지 챙겨가지만
막상 기내에 들어서면
기본 제공되는 기내식, 물티슈, 플라스틱 컵, 비닐 포장이
말도 없이 테이블 위로 올라온다.

나는 지난 1년간 유럽, 일본, 동남아를 오가는
총 5개의 항공편을 이용하면서
실제로 어떤 항공사가 쓰레기를 가장 많이, 혹은 적게 발생시키는지,
그리고 실천자 입장에서 어떤 점이 불편하거나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체감해봤다.

이 글은 기내 쓰레기 발생량에 대한 비교형 후기이자,
친환경 여행자 입장에서의 기내 서비스 평가다.
항공사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지만,
도시와 노선, 서비스 성격을 기준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1. 일본 노선 – 질서 있고 정돈된 서비스, 그러나 쓰레기는 ‘보이지 않게’ 쌓인다

도쿄-서울 노선, 약 2시간 소요
일본계 국적기 A사 이용.

처음 받은 트레이 위에는
밀폐 포장된 식사, 비닐로 감싼 젓가락, 플라스틱 컵,
1회용 물티슈, 뚜껑 있는 플라스틱 디저트컵까지
총 6가지 이상의 일회용 포장이 한 끼에 포함되어 있었다.

정갈하고 깔끔한 인상은 들지만,
포장을 뜯는 순간 쓰레기가 눈앞에 쌓인다.

실천자로서의 행동

  • 비닐 젓가락 대신 내 다회용 수저 사용
  • 물은 텀블러에 요청했으나, 플라스틱 컵에 먼저 제공 → "Can I use this instead?" 요청 후 교체
  • 물티슈 사용 거절 (그대로 테이블 위 반환)

평가 요약

항목평가
일회용 수저 제공 여부 ❌ (무조건 제공됨)
플라스틱 컵 사용 가능성 ✅ 교체 요청 시 가능
비닐 포장 비중 ❌ 매우 높음
대체 요청 수용도 ⚪ 보통 (말하면 수용하지만 처음부터는 아님)
 

→ 정중하고 질서 있지만, 실천자는 반드시 먼저 요청해야 하는 구조.
쓰레기 최소화는 승객의 태도에 달려 있음.

2. 유럽 노선 – 선택 옵션은 있으나, 일회용이 기본값인 구조

암스테르담–헬싱키 구간, 약 2시간 50분 비행
북유럽계 L사 탑승.

이 항공사의 장점은 식사 제공 여부를 미리 선택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탑승 전 앱에서 '식사 미제공'을 체크하거나
‘채식·친환경 메뉴’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는 실천자에게 꽤 유리한 구조다.

하지만 실제 기내 서비스는

  • 물, 커피는 모두 플라스틱 컵 제공
  • 커피 크리머와 설탕은 낱개 비닐 포장
  • 비스킷, 샐러드, 빵 모두 개별 포장
    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실천자로서의 행동

  • 물은 사전 텀블러 제시로 컵 대체 성공
  • 빵은 포장 그대로 받아, 남은 건 포장 상태로 되가져옴
  • 비닐류는 생분해 봉투에 수거해 좌석 포켓에 따로 보관 후 기내 반입 쓰레기 처리

평가 요약

항목평가
기내식 옵션 다양성 ✅ 있음 (사전 설정 가능)
일회용품 발생량 ❌ 높은 편 (샐러드/디저트/빵 모두 개별 포장)
승무원 대응 태도 ✅ 매우 유연, 요청 시 적극 수용
쓰레기 회수 시 분리 여부 ❌ 분리 수거 없음 (모두 일반 수거로 진행)
 

→ 시스템은 좋지만, 실제 구조는 ‘일회용 중심’
요청과 준비 없이는 실천이 어렵다.

3. 동남아 노선 – 유연한 대응은 돋보이지만, 체계화는 미흡

호치민–방콕 구간, 약 1시간 30분
저비용 항공사 B사 탑승.

저가항공사인 만큼 기내식은 별도 구매 방식.
하지만 승객이 주문한 경우

  • 음식은 플라스틱 용기 + 비닐커버
  • 포크/스푼은 1회용 플라스틱
  • 냅킨은 종이 개별포장
  • 물은 종이팩 or 플라스틱 컵으로 제공

유일한 장점은
요청하면 개인 용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내가 도시락통을 내밀었을 때,
승무원은 잠시 주방에 확인한 뒤
“담아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답했다.

실천자로서의 행동

  • 도시락통 사용 성공 → 본인 주문 메뉴를 개인 용기에 담아받음
  • 커피는 텀블러 사용 불가 → 컵은 받되, 되가져오기 원칙 적용
  • 물티슈 제공 없음 → 별도 실천 필요 無

평가 요약

항목평가
기내식 포장 구성 ❌ 비닐, 플라스틱 중심
개인 용기 사용 가능 여부 ✅ 요청 시 가능
승무원 태도 ✅ 매우 우호적, 즉시 수용
시스템적 지원 ❌ 없음 (기본은 일회용)
 

→ 시스템은 미흡하나 ‘사람이 유연함을 보완’하는 구조.
실천자의 주도성이 있다면 가장 성공률 높은 케이스.

4. 제로웨이스트 여행 실천자의 시선으로 본 기내 서비스 –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구조는 가능한가?

세 가지 항공편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기내 서비스는 여전히 ‘편의’ 중심 구조이며,
쓰레기는 보이지 않게, 그러나 꾸준히 쌓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자의 시선에서 보면
기내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건 다음과 같다:

기내에서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 4가지

  1. 비행 전 앱에서 '식사 제공 여부'를 체크할 수 있을 것
  2. 개인 텀블러, 도시락통 사용을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일 것
  3. 기내 쓰레기 분리수거 구조가 마련되어 있을 것
  4. 승무원이 실천 요청을 이해하고 응답할 여유가 있을 것

현재까지는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항공사는 드물다.
하지만 한두 가지 조건이 갖춰진 항공편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실천자가 먼저 요청하고, 준비하면
기내에서도 충분히 실천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위한 기내 서비스 노선별 쓰레기 발생 비교

마무리 –제로웨이스트 여행 실천은 하늘 위에서도 계속된다

기내는 물리적으로 가장 작은 공간이지만
여행자에게는 실천의 첫 순간이기도 하다.
이륙 후 처음으로 만나는 물티슈,
눈앞에 놓이는 플라스틱 컵과 식기,
그리고 조용히 스쳐 지나가는 선택의 순간들.

나는 그 선택에서 몇 번은 주저했고,
몇 번은 요청했고,
몇 번은 거절당했고,
몇 번은 성공했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내가 이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행기가 도착하는 도시는 매번 달랐지만,
내 가방 속 도시락통과 텀블러는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매번
내가 하늘 위에서도 실천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줬다.

비행기 안에서도 실천은 가능하다.
단지 요구하는 사람이 아직 적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