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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여행

여행 중 무너질 뻔한 제로 웨이스트 실천 – 위기 상황 5가지와 나의 대처법

by greenorsink 2025. 7. 9.

실천은 매끄럽지 않다.
특히 낯선 도시, 낯선 언어, 낯선 문화 속에서는
평소에 당연했던 루틴도 무너진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고체 치약, 도시락통, 텀블러, 손수건까지 다 챙겨 갔지만,
막상 현장에서 마주한 상황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실천의 위기’였다.

공항에서 생수 한 병을 사야 할지 고민하고,
시장에서는 도시락통을 꺼낼 용기를 잃고,
기내에서는 쓰레기 되가져오기조차 민망하게 느껴졌다.

이 글은 그런 위기의 순간들을 기록한 글이다.
완벽하게 실천했다는 성공담이 아니라,
실천이 흔들렸던 순간들, 그리고 그때 내가 선택했던 대처법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다.

그 안에는
포기와 고민, 불편과 타협,
그리고 다시 실천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텀블러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여행 중에는 늘 예기치 못한 상황이 찾아온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이 흔들렸던 위기 순간 5가지와 그때마다 선택한 대처법을 솔직하게 공유한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찔하면서도 위기였던것 같다. 다시 돌이켜보는 나의 지난날의 소중한 일기와 같은 내용이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에서 맞닥뜨린 위기 상황 5가지에 대한 나의 기록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위기 1. 공항 보안 검색대 – 고체 치약이 젖어 있었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려는 순간,
담당 요원이 내 파우치를 집어 들더니 안을 열어 보자고 했다.

그 안에는 고체 치약, 샴푸바, 고체 세안제가 들어 있었는데
전날 사용 후 충분히 말리지 못해 표면이 젖어 있었다.

“Is this a liquid?”
질문을 받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내가 한 대처

  • 즉시 손수건으로 표면을 닦으며 “Solid toothpaste. Just a bit wet.”라고 설명
  • 비누통에서 꺼내어 젖어 있는 부분을 보여주고 다시 말렸다
  • 검색대 옆에서 3분간 기다린 후 통과

내가 배운 점

  • ‘고체’도 젖어 있으면 액체로 오해될 수 있다
  • 출국 전날 반드시 말리는 루틴 만들기
  • 검색대 전용 파우치 구성 시 “완전 건조 상태” 유지 필수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위기 2. 숙소에 도시락통 세척 공간이 없었다

에어비앤비 숙소였고,
공용 주방이 있다고 해서 도시락통을 들고 갔지만,
도착해보니 주방은 막혀 있었고
싱크대에는 ‘개인 사용 금지’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결국 그날 점심에 사용한 도시락통을 세척하지 못한 채
비닐봉지에 싸서 보관해야 했다.

내가 한 대처

  • 수건으로 내부를 간단히 닦고, 냄새 나는 음식물 찌꺼기는 화장실 휴지통에 분리
  • 생분해 봉투에 밀봉 후 백팩 외부포켓에 넣어 임시 보관
  • 다음 날 근처 공공 화장실에서 물로 씻고 다시 건조

내가 배운 점

  • 도시락통은 사용보다 ‘세척 환경’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 외출용 수세미, 미니 수건, 생분해 봉투는 도시락통 사용 시 필수 세트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위기 3. 시장에서 상인이 용기 사용을 거절했다

코펜하겐의 파머스 마켓.
견과류 가게에서 도시락통을 내밀었지만
상인은 “We can't use that. Hygiene rule.”이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 순간 당황해서
그냥 비닐포장된 소포장을 사려 했지만
이걸 받으면 실천이 무너질 것 같았다.

내가 한 대처

  • “Can you wrap it in paper instead?”
    → 종이포장으로 대체 가능하냐고 물음
  • 가능하다는 답변 후, 받은 포장을 생분해 봉투에 담아 분리
  • 숙소 도착 후 재포장 & 포장지는 되가져옴

내가 배운 점

  • 거절당할 수 있다는 걸 예상하고 'Plan B’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 실천은 요청보다 회복 전략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위기 4. 기내에서 일회용 물티슈와 플라스틱 컵이 나왔다

장거리 비행,
기내식과 함께 일회용 물티슈와 플라스틱 컵이 자동으로 놓였다.
주문한 적도, 요청한 적도 없는데
기본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제공된 것이다.

내가 한 대처

  • 플라스틱 컵은 즉시 거절하고 내 텀블러 제시
  • 물티슈는 손대지 않고 좌석 테이블 위 한쪽에 고이 모아둠
  • 쓰레기 수거 시 “I didn’t use these.”라고 전달

내가 배운 점

  • 일회용 제공은 자동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 “받지 않기” 연습이 필요
  • 텀블러를 기내에서는 좌석 앞 포켓에 미리 넣어두는 게 핵심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위기 5. 길거리 음식점에서 도시락통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동남아 여행 중,
시장 한복판에서 현지 음식을 사려는 순간
내 앞에 5~6명의 손님이 빠르게 주문하고,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받아 가는 걸 보며
도시락통을 꺼낼 자신이 없었다.

줄이 밀리는 상황,
사람들이 지켜보는 눈빛,
그리고 상인의 바쁜 표정이 부담스러웠다.

내가 한 대처

  • 도시락통을 꺼내 들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사람들이 빠진 뒤 다시 가게에 접근
  • 짧게 “Can I use this?”라고 말하고 용기 제시
  • 상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담아줌 → 성공

내가 배운 점

  • 실천을 위한 타이밍은 내가 조절할 수 있다
  • 주저하면 기회가 지나가고,
    도시락통은 손에 들고 있으면 꺼내기 훨씬 쉬워진다

마무리 – 제로 웨이스트 여행의 실천은 위기를 통과하며 강해진다

이 다섯 가지 위기에서 나는
모두 실천을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천이란,
완벽한 행동의 연속이 아니라
불완전한 순간에서 회복하려는 반복적인 의지다.

도시락통을 한 번 못 썼다고 실천이 끝나는 게 아니다.
다음 날 다시 꺼내면 된다.
거절당했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도 없다.
종이 포장으로 타협하면 된다.
중요한 건 다시 시도하는 루틴이 있다는 것이다.

실천은 위기에서 더 단단해진다.
그 위기들을 하나씩 넘길수록
내가 만들 수 있는 변화도 조금씩 커진다.

여행은 늘 예상 밖의 일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준비한 실천보다
회복 가능한 실천이 훨씬 더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