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여행, 리필 가게 투어에서 시작된다.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일반화된 벌크 스토어 중심의 여행 루틴을 소개하고, 여행자가 소비 대신 실천을 선택하는 방법을 분석해보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구체적 제로웨이스트 여행문화의 사례를 통해 다양한 실천 문화를 배우는데 도움이 될것이다.
1. 제로웨이스트 여행, 왜 벌크 스토어에서 시작되는가?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여정이 아니다.
그 여정은 여행자가 낯선 도시에서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고, 어떤 루틴을 반복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공간 중 하나가 바로 벌크 스토어(Bulk Store)다.
벌크 스토어란 곡물, 견과류, 조미료, 세제, 위생용품 등을 포장 없이 판매하는 리필 중심 매장을 말한다.
손님은 개인 용기나 매장에서 대여하는 재사용 용기에 원하는 만큼 담아 구매할 수 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서는 이러한 벌크 스토어가 이미 하나의 소비 문화로 정착되어 있다.
특히 호주의 The Source Bulk Foods, 뉴질랜드의 GoodFor와 같은 체인점은
관광객에게도 인지도가 높으며, 현지인처럼 실천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중요한 루틴 거점이 된다.
이러한 가게에서는 친환경 소비를 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소비자로 받아들여진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처음 시작한 사람에게
벌크 스토어는 단순한 가게를 넘어 자기 실천을 정당화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이 된다.
2. 제로웨이스트 여행자들의 리필 투어 – 호주에서 일상이 된 실천 동선
호주에서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어디를 갈 것인가’보다 ‘어디서 무엇을 리필할 수 있는가’를 먼저 고려한다.
그들에게 벌크 스토어는 관광지라기보다는
실천 루틴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브리즈번, 멜버른, 시드니 등 대도시에는
The Source Bulk Foods 체인이 도보 동선 안에 여럿 분포되어 있어
텀블러, 천 파우치, 유리병 등을 가방에 넣은 채 매장을 찾는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매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리필 품목이 주로 판매된다.
- 무가당 그래놀라, 통밀 파스타, 렌틸콩
- 견과류, 말린 과일, 유기농 초콜릿
- 천연 주방세제, 고체 세탁세제, 천연 입욕제
- 고체 치약 정제, 천연 비누, 대나무 칫솔
여행자는 해당 품목을 필요한 만큼 소분해
자신의 도시락통이나 파우치에 담는다.
무게를 잴 때는 용기의 무게를 먼저 재는 '용기 타레(용기 무게 제로화)'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어
매우 직관적으로 쇼핑이 가능하다.
이러한 쇼핑 경험은 단지 ‘친환경적 소비’를 넘어서
여행자의 실천 루틴을 일상 속에 안전하게 고정시켜준다.
즉, 오늘도 내가 쓰는 물건을,
내 방식으로 관리하며 여행을 이어간다는 루틴 감각의 유지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3. 뉴질랜드 제로웨이스트 여행의 중심지, 오클랜드 GoodFor 방문 후기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위치한 GoodFor 리필 마켓은
제로웨이스트 여행자들 사이에서 거의 ‘성지’처럼 여겨진다.
이곳은 외관부터 실내까지 목재 중심의 자연 소재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장 내 쓰레기통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직접 방문했을 당시
매장 입구에는 리필 용기 없이 방문한 고객을 위한
세척된 유리병과 파우치 대여 공간이 운영 중이었고,
세제 리필 존과 식품 리필 존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매장 직원들이 실천자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처음 리필을 시도하는 여행자에게
사용 방법, 무게 측정, 담는 팁까지 친절하게 행동으로 안내해주었고,
별도의 계산대가 아니라 ‘자율 스캔 + 상담 보조’ 시스템으로
긴 대기 없이 실천할 수 있었다.
매장 한쪽에는
“여행 중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기 위한 실천 선언서”가
자율적으로 놓여 있었고,
이를 작성한 여행자에게는 리필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었다.
이곳을 경험하면서 깨달은 것은
실천을 위한 구조와 안내가 갖춰져 있을 때,
여행자는 결코 실천을 어렵게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런 환경이라면 처음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시도하는 사람도
두려움 없이 루틴을 이어갈 수 있다.
4. 제로웨이스트 여행의 새로운 기준 – 소비 동선보다 실천 동선을 그려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를 고를 때,
맛집, 쇼핑몰, 유명 카페 등을 중심으로 동선을 구성한다.
하지만 제로웨이스트 여행자에게는
어디서 물을 리필할 수 있는지,
어디서 음식 포장을 줄일 수 있는지,
어디서 필요한 생필품을 내 방식대로 구매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 된다.
벌크 스토어는 바로 그 기준에 부합하는 공간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이제 벌크 쇼핑이 ‘유별난 실천’이 아니라
합리적인 일상 소비로 자리 잡았으며,
여행자도 그 문화를 따라 자연스럽게 실천 루틴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를 경험한 여행자는
이후 다른 도시를 방문하더라도
“이 도시에는 벌크 스토어가 어디에 있을까?”를 먼저 검색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은 자연스럽게
“나는 내 소비 방식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율성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방향으로 내 행동을 설계할 수 있다”는 실천의 확신으로 이어진다.
국내에서도 여행을 계획할 때
벌크숍 유무, 텀블러 리필 카페 위치, 무포장 식료품점 등을
동선 안에 넣는 여행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실천 문화의 시작이며,
앞으로 여행을 설계하는 방식 자체가
‘소비 동선’에서 ‘실천 동선’으로 바뀌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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