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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여행

암스테르담에서 플로깅(쓰담 달리기) 해봤다 – 관광이 환경을 바꾸는 순간

by greenorsink 2025. 7. 9.

‘관광은 소비다’라는 말이 늘 마음에 걸렸다.
지속 가능한 여행을 실천하려 노력하면서도,
비행기에서 발생한 탄소, 포장된 간식, 일회용 도시락, 호텔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보면
내 여행이 과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고 싶어
2025년 봄, 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현지 플로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도시는 유럽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 정책’을 강하게 펼치는 곳 중 하나로,
플라스틱 프리 상점, 다회용기 문화, 지역 기반 환경 프로그램이 잘 조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플로깅’은
관광객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실천 프로그램이었다.
조깅을 하거나 걷는 중에 쓰레기를 줍는 이 간단한 활동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체험이었다.

도시와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내가 쓰는 도시락통, 텀블러를 넘어
직접 쓰레기를 ‘줄이는 게 아니라 없애는’
행동으로 연결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 글은 암스테르담 플로깅에 참여했던 하루를 기록한 실전 후기다.
준비물, 참여 방법, 도시 분위기, 실천 중 겪은 순간들까지
정직하게 담았다.

암스테르담에서 제로웨이스트 여행의 적극적인 실천 프로젝트- 플로깅 경험담

1. 현지 플로깅이란? – 참여하는 제로웨이스트 여행의 시작

플로깅(Plogging)은
‘조깅(Jogging)’과 ‘줍다(Plocka upp, 스웨덴어)’의 합성어로,
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한국말로는 '쓰담 달리기' (국립국어원, 새말모음 2019.11.참고)라고 한다.

나는 처음 이 단어를 알았을 때는
“좋은 취지인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암스테르담은 플로깅을 도시 문화로 만드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도시였다.

 암스테르담 플로깅 특징

  • 주말마다 도시 곳곳에서 자율적 플로깅 소모임 운영
  • Plastic Whale 등 기업+시민 단체가 운영하는 운하 위 카약 플로깅 프로그램 존재
  • 관광객도 참여 가능 / 쓰레기 봉투, 장갑, 도구 제공
  • 참가비는 대부분 무료 또는 소액 기부 형태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암스테르담 시내 중심에서 주말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Amsterdam Clean Up Saturday”라는 비정기 자원봉사 모임이었다.
이 모임은 SNS를 통해 신청 가능했고,
참가자 대부분이 20~40대의 여행자나 교환학생이었다.

시작 전에는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도구 제공이 있었고,
그 후 팀을 나눠 구역별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 약 90분간 진행됐다.

활동 자체는 단순했지만,
그 안에 담긴 상호작용과 도시의 반응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2. 준비물과 과정 – 실천자답게 구성한 나만의 플로깅 루틴

플로깅은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가능하다.
하지만 제로 웨이스트 실천자 입장에서 참여하려면
도구 선택부터 행동 흐름까지 미리 정리해두는 게 좋다.

내가 챙겨간 준비물

  • 재사용 장갑 (면장갑 + 실리콘 코팅)
    → 현지에서 일회용 비닐장갑 제공되지만, 다회용으로 대체
  • 생분해 쓰레기 봉투 (10L 사이즈 2장)
    → 가벼운 플라스틱, 포장재, 캔 수거용
  • 물통 + 간식 (제로 패키징 바)
    → 활동 중 쓰레기 없이 수분 보충
  • 작은 수세미와 손수건
    → 활동 후 손 닦기용

현지에서는 장갑, 집게, 비닐봉투 모두 제공되었지만
나는 그중 일부만 사용하고 개인 도구로 대체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참여 후 정리도 내가 챙겨온 생분해 봉투에 정리해
끝나고 나면 내 손에 남는 쓰레기는 하나도 없도록 설계했다.

참여 루틴 요약

  1. 집합 장소 도착 후 출석 확인 → 장갑과 봉투 수령
  2. 인근 운하 주변을 2인 1조로 플로깅
  3. 수거한 쓰레기 분류 후 회수 장소로 가져감
  4. 간단한 해산 인사 후 자유 귀가

단순하지만 이 흐름 안에서
나는 한 명의 실천자로서 도시 안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3. 도시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순간 – 풍경에서 쓰레기로, 그리고 다시 풍경으로

플로깅은 도시를 다르게 보게 만든다.
예전에는 운하만 예뻐 보였고, 사진만 찍고 지나갔던 공간에서
나는 바닥의 담배꽁초, 플라스틱 조각, 비닐 포장지들을 발견하게 됐다.

그걸 줍는 건 수치심이 아니라,
도시와 연결되는 경험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시민은 "Thank you!"라고 웃으며 인사했고,
관광객들도 “이거 어떤 행사예요?”라고 관심을 보였다.

나는 단순히 쓰레기를 줍고 있었지만,
그 순간 내가 도시의 흐름 속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각이 생겼다.

또 하나 놀라운 건,
내가 줍는 쓰레기 대부분이 ‘관광객이 남긴 것’이었다는 점이다.
패키지 간식, 플라스틱 병, 지도, 기념품 포장지…
그걸 줍는 나는 역설적으로
관광의 부작용을 정리하며
관광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사람이 되었다.

4. 플로깅이 여행을 바꾼다 – 도시와 연결되는 제로웨이스트 여행 실천의 힘

플로깅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실천의 한 형태였다.
조깅이나 워킹에 쓰레기를 줍는 행위가 단순해 보여도
그 안에 담긴 가치는 복합적이었다.

플로깅의 실제 효과

  • 도시와의 관계성 상승
    → 단순한 관광자에서 ‘기여자’로 위치 변화
  • 내가 남긴 것 vs 내가 치운 것을 동시에 인식
  • 지역 시민과의 자연스러운 접점 형성
    → 언어 없이도 공감이 전해짐

나는 그날 이후,
암스테르담의 모습이 기억 속에서 달라졌다.
그곳은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쓰레기 문제를 안고 있는 도시였고,
그 문제를 마주한 나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작은 행동의 주체자였다.

관광이 환경에 악영향만을 주는 건 아니다.
관광이 환경에 기여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 방식 중 하나가 바로 ‘현지 플로깅’이었다.

마무리 – 가장 오래 남은 사진은 풍경이 아니라 행동이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찍은 수많은 사진 중에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운하 옆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던 나의 뒷모습이다.

카메라에 담긴 건 없었지만,
내 손에 들린 비닐조각,
내 주머니에 들어간 종이봉투,
그리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던 낯선 시민의 눈빛은
지금도 또렷하다.

플로깅은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더 예쁘게, 더 값지게가 아니라,
더 깊게, 더 의미 있게.

당신이 다음 여행지에서 걷고 있다면
손에 작은 봉투 하나만 더 얹어보자.
그게 도시와 환경을 바꾸는 가장 작고 강한 시작일 수 있다.